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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Jul 21. 2023

남편, 이제는 복덩이아빠

남편에게 바칩니다.

다음 브런치글은 어떤 걸 써볼까? 하고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대답한다. "나! 남편글 써줘."

처음엔 '뭐지?' 싶었지만 이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 남편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나는 남편을 참 예뻐했다. 내 칭찬과 예쁘다는 말 한마디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행복해하고 나의 질책한마디에 금세 시무룩해지는 귀여운 강아지 같은 남편이었다. 덩치도 크고 본인일도 확실하게 해내는 든든함이 있지만 내게는 한없이 여린 곰돌이 같은 남편이 마냥 귀엽고 예뻤다.

우리는 대화도 참 많이 했다. 집밥을 좋아하는 나는 퇴근 후 남편과 함께 먹을 저녁을 차렸고 그 수고로운 저녁밥상에 마주 앉아 그날의 일상과 감정을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매일매일 위로하고 또 알아갔다. 사실 늘 투닥거리지만 서로에게는 언제나 든든한 내편이었다.


그러다 결혼 후 3년 차가 되던 해 나는 임신을 했고 그 해 출산을 했다. 출산을 하고 우리의 모든 것이 변하였다.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 대신 함께 가사노동을 하고 함께 육아를 하고 틈날 때마다 부족한 잠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편은 내가 2~3시간마다 신생아 모유수유를 할 때 그때가 새벽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이 함께 일어나 옆에서 아이를 안아 수유쿠션에 올려주고 또 수유가 끝나면 아이를 바로 안아서 트림을 시켜주었다. 몸이 피곤한 나를 위한 최선의 배려였다. 동시에 출근 전 새벽녘에 우는 아이를 케어하고 비몽사몽 출근을 하고 또 퇴근을 해서 끊임없는 육아와 가사노동을 함께 하였다. 우리는 마치 전쟁터에 함께 나온 전우 같았다.


그렇게 노력하는 남편이지만 내가 감정적으로 예민했던 걸까. 몸이 힘들어서 그랬던 걸까. 허리, 어깨, 손목, 회음부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는 몸으로 아이케어를 해야 한다는 게 참 버거웠다. 더 이상 남편을 든든한 내편이라 여기는 대신 남편을 아이를 키우기 위한 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기보다는 할 일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이 모든 것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바깥으로 출근을 하는 남편을 부러워했다.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받고 커피를 즐기는 여유를 가진 남편이 부러웠고 신생아가 아닌 성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이 부러웠다. 그리곤 늦은 시간 퇴근한 남편에게 가시 돋친 말을 뱉었다.

"오빠, 오빠는 좋겠다. 출근하면 집생각 안 나고 좋지?"

"오빠는 아기 울음소리 안 듣고 편하게 밥 먹었지? 좋겠다. 나는 오늘도 아기 보느라 시리얼로 때웠어."




새벽마다 목놓아 우는 고달픈 신생아 시기가 지나가고 7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는 첫 통잠을 잤다. 저녁 7~8시에 잠에 들어 오전 5~6시까지 내리 잘 수 있는 능력이 7개월이 되었을 때 생겼다. 그리고 7개월간 묵묵히 아빠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내던 우리 복덩이 아빠는 입을 열었다.

"아이가 새벽녘에 몇 시간마다 잠에서 깨서 울때는 여보가 잠에서 깰까 봐 내가 거실에서 자면서 아이 보느라 잠을 못 자서 출근하면 멍하고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났거든, 그런데 이제 복덩이가 잘 자기 시작해서 생각이라는 게 조금씩 돌아가고 있어. 나 이제 퇴근하면 여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매일 하나씩 만들어주려고. 고생 정말 많았어."

남편의 말을 듣는데 참 많이 미안했다. 나의 힘듦과 피곤함의 시야에 가려 그간 남편의 수고와 노력을 보지 못했다. 참 많이 피곤하고 버거웠을 텐데 늘 내가 가정을 지켜줘서 밖에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오빠랑 결혼해서 진짜 다행이야. 고마워 우리 남편!"

이번글은 그간 7개월간 육아하느라 눈물 나게 함께 고생한 우리 남편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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