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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Jul 27. 2023

나로 사는 연습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30여 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정년퇴직을 했지만 쉬는 것을 못해서 일자리를 다시 찾는 우리네 아빠들이 그렇고, 하루종일 회사업무로 시달렸지만 집에 와서도 회사생각에 잠 못 이루는 회사원들이 그렇고, 하루종일 육아를 했지만 해야 할 집안일들로 남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이 그렇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는 느긋한 성격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해야 하는 의무들을 하나씩 스스로 내 어깨에 짊어지기 시작하면서 쉬지 못하는 엄마가 되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없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어느샌가 사소한 일탈도 없이 다람쥐가 챗바퀴를 돌듯 나 스스로 나를 가두어 놓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쉬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나에게 있어 쉬엄쉬엄 사는 삶이란 하루를 지내면서 한 마디라도 지금 해야 할 의무를 내려놓는 온전히 나로 사는 시간이다. 사실 바쁜 세상을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의미 있다고 느낄까?'등등의 생각을 하기에는 나를 둘러싼 세상에는 해야 할 의무들이 참 많다. 어쩌면 내가 스스로 짊어지어놓고 의무라고 이름 지어놓은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현재로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를 하고 있기에 지금 당장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여유 있게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스스로 짊어진 책임을 잠시 내려놓으면 주변이 돌아보아진다. 어느 날 남편이 읽어보라고 건네준 책 한 권이 있다. '박완서_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라는 책이다. 아이가 자는 저녁시간, 해야 할 설거지는 저 뒤로 미루고 남편과 거실에 대자로 누워서 이 책을 읽었다. 평범한 주부로 딸 넷에 아들하나를 낳고 고된 하루가 끝나고 몰래 글쓰기를 하며 마흔에 등단한 박완서작가에 대한 에세이였다. 무엇을 원하는 것조차 사치인 시대에 살며 자신에게 익숙한 삶을 흔들어버리고, 내면에 치밀어 오르는 글에 대한 열정으로 글을 쓴 박완서 작가에 대한 삶을 다루고 있었다. 우리네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하는 책이다.

박완서_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짊어진 의무는 잠시 내려놓고, 나로사는 연습을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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