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하는 엄마라서 사실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하며 카페에 앉아 글을 읽거나 쓰는 시간은 좀처럼 쉽게 허락하지 않지만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라는 책을 읽으니 시간이 없다는 건 다 부질없는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으며 무엇을 위해서가 아닌 그저 좋아서 하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고 다섯 아이의 엄마와 한 사람의 아내로 살며 글쓰기를 한 박완서 작가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결혼 전의 삶과 또 결혼 후의 삶과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서의 삶과 그 삶을 대하는 마음이 참 다르다. 가정이 있다는 건 특히나 아이가 있다는 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지만 또 바라보는 것만으로 지치기도 한다. 체력이 너무 부치는 날에는 어딘가에 매여 자유를 잃은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나의 체력과 기분을 끌어올리려 애써보아도 그게 잘 되지 않는 날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티하나 없는 무해한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의 어두운 면에서 이 아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동시에 세상적인 어떠한 것도 상관없이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오늘은 일하기 전 인터넷을 켜보니 각종 부동산과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 시야를 가린다. 그러다 행복지수가 높은 도시에 대한 기사를 보고 나서 행복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본다. 무엇이 내게 행복을 주는 일일까. 좋은 입지의 좋은 인프라를 갖춘 도시와 집에 사는 것은 행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또한 영구적인 행복이 될 것 같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 그곳에 익숙해졌을 때에는 또 다른 불편한 사항을 찾아서 이야기를 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런 측면에서 행복이라는 건 무언가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유 없이 좋은 게 행복이 아닌가 하는 추상적인 생각이 든다.
그럼 나에게 그저 이유 없이 좋은 것은 무얼까 생각해 보니 유일하게 떠오르는 일이 바로 '글쓰기'다. 그냥 좋아서 소소하게 일상을 남기며 쓰는 글들이 행복감과 함께 차곡차곡 싸여 언젠가는 조금은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그리고 아내가 그리고 내가 되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