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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Jul 05. 2024

장마철 출근길

7월 초, 6월부터 시작된 더위는 이제는 정말 후덥지근하다. 다음 주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단다.

혼자일 때는 비 오는 날도 운치 있어 커피 한잔 하며 책 읽는 시간이 그렇게 좋았었는데 이제는 날씨가 궂으면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은 어쩌지 하는 생각에 비가 그리 반갑지가 않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아이를 등원시키며 나도 출근을 해야 하는 평일이다. '아... 오늘은 정말 출근하기 싫다'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아이가 우는소리가 들리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7시에 일어나 헐레벌떡 준비해서 7시 40분에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매번 6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아도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는 몸이 일으켜지지가 않는다. 아이를 안고 내 가방을 들고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오늘도 출근과 동시에 어린이집 등원을 해야 한다. 일기예보는 비가 오는 날로 되어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흐리고 습하기만 한 날이다. 이럴 때 들어야 하는 우산이 없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아이를 등원시키며 나도 출근을 하는 운전하는 차 안에서는 주로 남편과 통화를 한다. 아침에는 아이를 등원준비시키랴 나도 출근준비를 하랴 남편도 출근준비를 하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거의 없고 그 바쁜 아침가운데 혹시나 내가 남편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했을까 싶어 마음 여린 남편에게 늘 내가 먼저 전화를 건다. 오늘 아침의 통화에서는 결혼 전의 나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남편이 이야기하는 나의 첫인상은 긍정적이며 감사한 마음과 밝은 기운이 가득 넘쳐서 본인에게 그 기운을 나눠주는 넉넉한 사람이라고 했다. 남편과 통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제는 내가 남편에게 좋은 기운을 뺏어가지만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시금 좋은 기운을 넉넉히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언제부턴가 마음에 버튼을 누르면 울컥 올라오는 포인트라는 게 생겼다. 아마 출산을 기점이었던 것 같다. 출산하고 3주간은 산후조리원에 있었다. 워낙 2 주만 조리원에 있기로 되어있었지만 산후 회복이 더뎌서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1 주일 더 조리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그 뒤로 3주간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육아를 했다. 출산 6주 차부터는 남편은 출근하고 남편이 출근한 사이에 나는 집에서 혼자 신생아를 케어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몸은 출산 후 회복이 안되어 제대로 일어서서 정상적으로 걷기도 힘들었는데 3.8kg으로 태어난 누워있는 것을 싫어하는 먹성 좋은 아들을 혼자서 케어하는 게 버거웠다. 당시에는 남편이 출근을 하는 모습이 나와 아이를 버려놓고 도망치는 것 같았다. 누가 날 좀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고요하게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런 우울감과 버거움은 살면서 쉽사리 느껴보지 못했던 일이라 덜컥 겁도 나서 심리상담센터도 찾았다. 하지만 심리상담은 나에게는 전혀 도움은 되지 않았다. 차라리 정기적으로 도와주는 파이팅 있는 이모님이 계셨다면 좋았을 것 같다. 가끔 아이를 보러 찾아오는 친구와 가족은 잠시 왔다 가버리면 그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져 힘들었다. 신혼집 근처에는 내가 살던 동네가 아니라 아는 사람도 없고 당시에는 운전을 못했기 때문에 운전을 못하는 내가 추운 겨울에 아이와 함께 갈만한 가까운 장소도 딱히 없었다. 힘들고 버겁다고 이야기를 해도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냥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도 이런 우울감은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 200일, 300일을 찍으며 아이가 커가면서 그리고 내가 복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지나고 나니 그 시절은 마음의 장마철이었던 것 같다. 장마가 들이닥칠 때는 습한 무더위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한다.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견뎌보면 언젠가는 장마는 그치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구름과 햇볕의 가을하늘이 또다시 그 자리를 채운다. 마치 언제 장마가 왔었냐는 듯 20도 안팎의 선선한 끈적임 하나 없는 황혼기다.


나에게 지금은 점점 장마가 그치고 어둠이 조금씩 거두어져 가는 단계인 듯하다. 언젠가 맑은 가을하늘의 황혼기가 오면 장마철의 질퍽했던 흙이 단단하게 더욱 굳어지듯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그리고 아내가 엄마가 되어있겠지. 그렇게 1년, 2년이 흐를 때 조금씩 더 단단하고 넉넉한 내가 되어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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