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나는 9월 가을학기 문화센터 가는 첫날이라며 이제 막 10개월이 다되어가는 아이를 차에 태워 문화센터에 갔다. 아직 문화센터라는 장소가 낯선 우리 아이는 집에서 활개를 치던 모습과는 다르게 엄마무릎에 딱 붙어 앉아 바로 눈앞에 있는 교구들만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그리고는 선생님과 주변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뒤로 돌아 다시 엄마무릎에 파고든다.집에서 가족들에게 방긋방긋 잘 웃어서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방실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이지만 문화센터 선생님이 아이 앞에 와서 방긋방긋 웃으며 즐겁게 해 주시려 노력해도 선생님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할 뿐 아이는 무표정으로 화답한다. 아이 감각발달에 좋은 건지 잘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시간은 잘 가는 문화센터 수업을 마쳤다. 다시 아이를 태워 백화점을 빠져나오니 도로에 차가 빽빽하다. 도로에 차가 없으면 10분이면 오는 거리이지만 비가 오는 도로 한복판에서 1시간이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편안한 집에 오니 아이도 나도 다시 살아난다. 아이는 다시 집에 오니 자기 세상처럼 방실방실 웃으며 활개를 치며 돌아다닌다. 이렇게 서서히 적응을 하며 문화센터를 계속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아이에게는 뭐가 좋은지 생각해 본다. 한 번의 수업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오늘의 아이의 표정을 보니 아직은 또래아이들과의 수업보다는 집과 엄마와 가족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인다.
왠지 첫 문화센터 수업이라는 이 작은 공간에서 또래의 아가들과의 작은 사회의 공간을 경험한 기분이다. 아이에게 사회의 시작은문화센터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아이가 내디뎌야 할 어린이집과 학교와 사회에 대해 생각이 뻗어간다. 서울의 한복판에 나름 교육의 열기가 뜨거운 곳에서 살고 있는 지금, 아이가 커가며 혹여나 학업이나 주변환경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지, 더 큰 가치보다는 세상의 것들에 물들어 살게 되는 게 아닐지, 나 역시 교육열이 높은 곳에서 주변아이들을 보면서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엄마가 되지는 않을지 하는 염려가 든다.
비가오는 날 긴장하며 운전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하루가 조금 지친다. 남편이 집에 돌아온 저녁,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오랜만에수요일 저녁예배를 드리러 혼자 교회에 갔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예배당에서 핸드폰 사진첩 속에 있는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빙그레 같이 웃는다. 왜인지 사진속 아이가 말하는것 같다.
'나는 그냥 행복한 엄마가 좋아요.'
항상 내가 웃으면 함께 마주 보고 빙그레 웃어주는 천사 같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 이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문화센터를 가느냐 마느냐좋은 책을사주냐마느냐가 아니라웃음이 있는 건강한 가족이라는 울타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자유롭게 본인의 달란트를 빛낼 수 있게 북돋아주고 아이에게 행복감을 주는 건강한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우리 엄마가 나에게 그랬듯 이 아이의 옆에서 본인이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걸 일깨워주는 마음이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가 된다는 건 사실 체력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많이 지치고 버거울 때가 있지만 내가 웃어야 아이가 웃는다.아무래도 아이를 위해 행복한 엄마가 되는것이 엄마의 사명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