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수량성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친한 국가직 연구관 친구가 있다. 어제 전화가 와서 여러 개 질문을 했다. 질문은 아프리카의 종자 공급에 대한 것이었는데, 몇 가지 질문 중에 '아프리카는 왜 식량 생산이 낮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질문의 진원지를 물었다. 전직 고급 공무원이셨다. 농업 쪽의 문외한도 아니셨다. 그런데 왜 이 질문을 하셨을까? 아마도 만족할 만한 체계적인 접근, 그리고 아마도 아프리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대하여 수량성에 대한 어느 정도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육종과 재배, 그리고 정책과 식량 산업 구조에 이르는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대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운전하면서 하는 대답이라, 전화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과거 어느 온라인 강의(GSnJ)에서 했던 내용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했다. 사진은 아래 첨부된 바와 같다.
작물의 수량성을 설명하려면, 최소한 세 개의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각각 잠재수량성(potential yield, PY), 달성가능수량성(attainable yield, AY), 실제수량(field yield, FY)라고 한다.
잠재수량성이란, 어느 품종이 실제로 최적의 상황에서 생산 가능한 수량으로서, 이상적인 수량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육종학자나 재배학자 등 학자들이 최고의 시설에서 섬세한 관리를 통해 측정가능한 것인데, 때로는 수량구성요소들의 곱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수량구성요소란, 수량성을 설명하는 작물의 각 부위별 생산성을 곱한 것이다. 예를 들면, 벼의 이삭수, 이삭당 꽃(영화) 수, 각 꽃이 실제로 종자를 맺는 비율(임실률), 종자의 무게 등이다.
잠재수량성은 수량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 또는 그 유전자 그룹이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재배환경에서 설명될 것이므로, 잠재수량성조차도 지역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어느 환경에서 최고 수량성을 갖는 품종이어도 다른 지역에 가면 매우 나쁠 수 있다.
달성가능수량성은 실제 상존하는 재배기술 부족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수량감소분이 있다. 이 차이는 우리가 생산성 증대나 기후변화 등의 요구가 있지 않는 이상, 경제성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변화는 물과 비료의 사용을 줄여서 탄소중립 농업을 하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고, 모자란 노동력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따라서, 생산기술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생산기술의 차이가 생긴다면, 재배기술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실제 수량 감소로 이어진다. 그렇게 나타난 수량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서 '정밀농업'이 필요하다. 즉, 재배생리와 통양, 환경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고, 데이터 수집 및 해석 등에 기계와 데이터, AI 기술 융복합이 필요하다.
실제 수량은 달성가능 수량보다 더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농민의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수량인데, 병해충이나 각종 스트레스 잡초 등 다양한 생물적 비생물적 요소에 의한 것이 주요하게 작동한다. 이외에도 품종 간 경합, 품종 내 경합 등의 품종 자체의 영향도 있고, 쥐나 새 등의 피해, 또는 수확, 저장, 수확 후 가공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손실을 다 포함할 수 있다. 생산 농가 차원에서는 병해충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데, 재배 이외에도 쌀산업 체계에서 다양한 수량성 증진 방안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관점은 떨어져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정확하게 그 비율이 얼마다 하고 말하려면, 축적된 데이터와 현실 쌀 산업계, 종자 산업계의 공조가 필요하다. 이것을 해내는 능력은 체계적인 관리 체계(저개발 국가에서는 보통 중앙관리 능력)가 필요하다.
따라서, 수량성이 낮은 이유와 수량성을 증대시키는 방안은 맞물려 있는 아이디어이며, 다만 어느 단계에 방점을 두고 우선적으로 정책적으로 자원을 투입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은 생산을 위한 종자 등 자재 공급 능력도 떨어지고, 수자원도 부족하며, 땅의 비옥도도 낮은 지역이 많다. 또한, 농민의 기술력이 낮고, 종자 보급 및 증식 등 자재 관리 능력이 낮으며, 국가의 정책적 지원 능력도 낮다. 총체적 난국이겠지만, 실제 자세히 각 나라와 지역들의 실정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각각에 큰 차이가 있다.
우수한 종자가 있는가? 보통 글로벌 기업이나 일부 원조국가, 국제기관들의 지원으로 종자가 우수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잠재수량성이 이미 높아서, 실제수량성이 낮은 것은 환경에 맞는 스트레스 내성, 저항성 종자 개발을 추가로 지원해 주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재배 기술 수준이 매우 떨어지는가? 그렇다면, 달성가능수량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므로, 기계화와 정밀농업의 조기 채택을 지원하는 방법이 우선적일 것이다.
몇 나라는 이미 달성가능수량성이 잠재수량성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기술 선진국의 영향을 크게 받은 나라거나, 선진국들이 이런 상황이다. 이 경우에 잠재수량성 자체를 높여야 한다. 그것은 초형을 개선하거나 수량성 연관 유전자 활용 잡종성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도록 연구인력과 시설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낫다.
적절한 설명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니, 이런 이야기도 잘 안 해 본 것 같고, 농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육종/재배/생리/생태/환경/산업시스템을 포괄하여 대화를 하는 데 주저하는 것 같아서 써 봤다.
모르는 것에 입을 다무는 것이 과학자의 습성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 오랜 침묵 때문에, 실용학문으로서의 역할을 잘 못할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너무나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거나, 아니면 너무 협소한 질문이나 단편적인 해결에 급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