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의 3요소 중 고갈 위험이 가장 크다고 한다
중학교 때인가 처음으로 '3대 영양소'를 배웠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3대 영양소중 어느 하나도 부족하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3대 영양소'는 모두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동시에, 우리 몸을 구성하고, 대사 작용을 조절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배웠습니다.
3대 영양소 흡수의 양과 그 균형에 대한 고민은 늘 있어왔습니다. 아래 의학신문에서는 그중 한 가지 비율을 제시하는군요. 5:3:2랍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탄수화물 섭취 비중이 적정 비율보다 많구나. 그다음에는, 아, 탄수화물은 그대로 여전히 50%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https://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455
뭔가 하나 지혜를 배우는 것 같았어요. 탄수화물 섭취를 엄청 줄여야 할 것 같았는데,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는 섭취를 권장한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것을 활용하는데 죄책감을 주곤 합니다. 주변에 탄수화물을 아예 섭취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자주 봤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쌀로 가더군요.
전체 작물재배 면적 중 쌀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근접하며, 농가소득의 25%, 농업소득의 50% 정도를 비중을 점유하는 것이 쌀이랍니다. 지금은 이견이 있겠으나, 쌀 농업은 경제적 가치 11조 외에도 홍수조절 14조 6천억, 토양유실 방지 2천억, 수자원 함양 1조 7천억, 수질정화 2조 2천억, 대기정화 4조 2천억 등 경제외적 가치도 22조 9천억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좀 오래된 데이터인데, 다시 정리해 봐야죠).
http://www.nhfri.com/web/test/test_2.html
라디오를 듣는데, 우리 몸의 70%가 물이랍니다. 그래서 물이 소중하다고 하는 캠페인을 합니다. 생수회사가 스폰서였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구에서 바다의 비율도 70.8%입니다. 우리 몸에서 물의 비율과 비슷합니다. 파레토의 법칙은 8:2라는데, 7:3이든, 8:2든 그 언저리에서 주요 인자와 보조인자의 비율이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합니다. 생리학적으로 탄수화물과 지방은 서로 변환되는데, (탄수화물+지방): 단백질로 해 봐도 8:2가 권장량이네요.
인간의 3대 영양소는 한번 돌아보고, 그것의 의의를 봤습니다. 그럼 식물은 어떨까요? 요즘은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비료의 3요소'라고 오래전 '실과'라는 과목에서 배웠습니다. '질소, 인산, 가리'(칼륨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배웠지요. '시비(施肥)'라는 말은 '작물에게 비료를 주어 영양을 공급한다'라는 말입니다. 시비를 함으로써, 작물의 생산량이 혁신적으로 늘어나고, 병해충으로부터 몸을 더 건강하게 키우는 방식으로 고품질을 도모하는 것이 시비의 목적이죠.
결국, 원리는 사람에게 있어서의 3대 영양소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굳이 이 세 개를 따로 이야기한 이유가 뭘까요? 그렇지요. 이 셋은 '대체 불가능'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체하려면 경제적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요즘은 화학의 발전으로 이들 간에도 변형이 가능합니다. 안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보는 보통의 식물에게는 굳이 인간이 비료를 공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이 식물의 광합성 작용으로 고정한 전분, 당분, 또는 유용한 의약물질 따위를 식물이 필요한 이상으로 만들게 하여, 그 잉여물을 얻기 위할 때에 시비를 하는 정당성이 생길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비료 사용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비료 사용량이 실제로 농산물 증가에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일까요?
아래 인도의 사례를 보면, 화학비료 사용량이 농업 생산 증가율에 미친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파란색의 줄이 농업생산증가율이 4배에 불과한데, 화학비료의 사용량이 344배입니다. 화학비료를 투입하는 것이 그렇게 효율적이지도 않고, 오히여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1~2011년의 경우만 보아도 농약 및 화학비료 사용량이 유기농업/친환경농업에 대한 소비자/농민 인식의 전환으로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줄어드는 비중은 30~40% 내외 수준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화학농약과 비료는 많이 활용되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이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이 적절하게만 활용되고 있다면,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보장해주는 효과는 분명할 테니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농약, 비료 사용과 식량생산, 환경보전의 균형은 그렇게 잘 잡혀 있는 모양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곡물자급률은 낮은데, 농약과 비료 사용량은 높습니다. 농업총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의 비율도 다른 나라들보다 많지 않은데, 상당 부분 직접적으로 농자재 구입을 통한 직접 지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농업보조금 지원으로 농민이나 농업경영체 자율로 활용하는 것보다 농업경영비 지원 사업을 통하여, 중앙구매 형식으로 지원하다가 보니, 농자재가 관행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비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다가, '경축순환(耕畜循環)'이 떠 올랐습니다. 다음의 농민신문 기사는 축산업 규모는 커지는데, 가축분뇨를 처리하는데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활용할 경지의 면적을 계속 주는데, 이미 그 경지도 비료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죠.
https://www.nongmin.com/plan/PLN/SRS/317753/view
결국, 우리나라는 사람들도 땅도 모두가 너무 '비만'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비만의 부작용은 사람과 땅이 다르게 나타나겠지요. 사람은 병이 더 잘 들게 되고, 땅은 환경오염과 미세먼지의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 부영 영양화에 따른 수질오염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목에서 뜬금없이 '인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산이 식물에서 갖는 의의에 대한 이야기는 관두죠.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느끼셨을 테니까요. 문제는 인산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양분이어서 광합성, DNA 합성, 조직과 기관의 구성물로써의 역할 등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과한 경우, 환경을 부영양화하여 많은 독성 물질을 만들게 하는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요.
결국, 인산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조절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적절하게 관리하는 문제는 역시 공급의 문제와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문제, 그리고 사용한 것을 어떻게 저비용으로 재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첫째, 인산은 공급이 원활할까요? 구글에서 'global phosphorus famine'이라는 검색을 해 보시면 좋습니다. Guardian의 2019년 뉴스는 요약을 잘해 놨습니다. 일단, 우리는 질소 비료 공급에 대해서 검토하지만, 실제로 질소는 공중에서 합성하는 방법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만 문제가 될 뿐입니다. 반면, 고품질의 무기 인산(유기물이 결합되어 있지 않은 광물)을 모두 채굴해야 합니다.
채굴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복잡한 문제가 이면에 있는 것입니다. 채굴기술의 발전과 경제성이 따르지 않으면, 언제나 고갈의 위험을 받게 되고, 이러한 경고는 세계 식량 수급 안정성에 언제든지 알람으로 작동하여, 불안전성을 야기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인산은 모로코, 중국, 미국의 3국이 70~80% 수준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채굴 기술력과 소비량을 감안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남은 기간을 계산해 보았는데, 원래 300년 정도 되었던 것이, 최근 3년 사이 259년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비관적 전망을 확인하게 해 주는 것이고,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인산 비료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식량수입국이죠. 80% 가까이되는 식량을 곡물과 축산물 사료의 형태로 수입합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유기화된 인산'을 수입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사람과 가축의 몸을 거쳐, 도시에서 집중 배출됩니다. 이렇게 대량 발생한 유기인산은 식물에게 직접 주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래서, '퇴비를 만드는' 자연적인 무기화의 과정을 거쳐서 많이 활용합니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화학적 지식이 필요하니, 아래 링크를 참고로만 걸어 놓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양은 상황이 다르겠지만, 토양 화학자와 식물 영양학자들의 협업에 의한 아래 연구는 반드시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산은 '밥이기도 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토양에 인산이 많다는 것은 당분간 인산 결핍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렇게 안심해도 될까요? 인산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이고, 다양한 화학적 형태를 가지면서, 토양의 산도와 물성, 수분함량, 다른 화학물질과의 상호작용, 공생미생물 mycorrhiza의 역할 등이 모두 중요한 아주 복잡한 것입니다. 먼저 글로벌한 수준에서 토양 인산의 함량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보겠습니다.
미국 농무성에서 1998년에 작성한 세계 인산 지도입니다. 일단 동아시아, 유럽의 일부, 중남미 일부, 미국은 인산의 함량이 과하게 보이는데, 특히, 한중일의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 지도를 보면, 토양 내 비료 투입량이 '인구 x경제력'에 비례한다는 것을 직접 관찰할 수 있습니다. 결국, 토양 내 인산비료 함량은 시장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통찰할 수 있습니다.
그 지도만 보면, 우리나라가 인산의 환경에 미치는 효과의 한 면만 보게 됩니다. 더 중요한 지도는 아래 지도입니다. 토양이 인산을 붙잡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줍니다. 파랗게 보이면 토양 내 인산이 결합되지 못하고 흘러내려간다고 보면 됩니다. 먼저 지도와는 많이 다릅니다. 북유럽, 중앙아프리카, 중남미, 미국 일부, 중국 남부와 동남아 등은 인산을 과하게 흡착합니다. 반면, 북미와 중앙아시아, 건조 지역 등은 인산을 흡착하지를 못하고 흘립니다.
둘 다 식물에게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토양 입자와 식물 뿌리가 인산 분자를 놓고 경쟁하거든요. 토양이 인산을 너무 과하게 결합하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식물이 활용하지 못합니다. 화학자들이 토양을 분석하고, '야, 이것 인산이 이렇게 많아! 뭐가 문제야!' 하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화학자가 토양학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보면(정말 작아 보입니다만), 동과 서가 다름을 볼 수 있습니다. 서쪽은 인산을 흡착하고, 동쪽은 인산을 잡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토양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각 지역의 토양의 구조가 매우 복잡함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동시에, 인산이 강의 상류에서 과잉 투입되면 모두 흘러 하류에서 집적될 수 있겠구나 하는 추정을 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의 '흙토람'은 개인적으로 매우 칭찬하고 싶은 사이트입니다. 정말 전 세계의 몇 나라나 이런 지도 중심의 작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식물영양에 대한 품종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다가올 작물 영양의 위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보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위 지도처럼 더 세밀화된 토양 내 중요 영양분 지도도 서비스가 가능할까요?
http://soil.rda.go.kr/soil/soilmap/characteristic.jsp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학자로서, 식물영양에 관련된 이런 복잡한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작물 개량에 활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고하신 전 서울대학교 교수님이셨던 권용웅 교수님께서, 제가 국제벼연구소에 있는 동안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래서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랍니다.
"그래, 자네는 무얼 공부하나?"
"네, 앞으로 토양 인산이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데, 저는 벼와 같은 식량작물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식량위기의 잠재적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벼를 개발하고 싶어요."
"아, 그거 참 식물학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인데, 그래 무슨 성취라도 있는가?"
"네, 우리 팀이 모든 작물에서 세계 최초로 인산 흡수와 관련된 중요 유전자를 재래 벼에서 발견하고, 그 유전자(QTL) 덩어리를 분리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표지 하고, 핵심 유전자도 찾아서 Nature에 투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거 참 의미 있네. 그럼 그 논문에서 어떤 역할인가?"
"1 저자 같은 2 저자라고나 할까요. 그 논문에 활용된 모든 재료와 분자마커, 그리고 표현형 분석, 단백질 분석, 하위 유전자 정리 등을 제가 했습니다. 보스가 저에게 논문 1 저자를 하면서 한 가지를 더 부탁하던데, 저는 형질전환체를 만드느라 클린룸에서 1-2년을 보내는 것이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전 포장을 더 좋아하는데, Nature에 1 저자 쓰는 육종 가라... 뭔가 맞지 않아 보였어요."
"허허, 그래도 자네 장래를 위하여, 공동 1 저자라도 주장하면 될 것 같은데?"
"보스가 분자생물학자이고요, 논문의 저자 판단은 교신저자의 몫이 아니겠습니까. 1 저자가 박사과정 학생인데, 보스가 원하는 생물정보분석, 형질전환체 분석을 잘하더군요. 아마 이 논문이 나가면 필리핀인 최초로 필리핀 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Nature 1 저자가 되는 영광도 있으니, 그렇게 하면 좋겠다 했습니다."
그 마음을 알아준 나의 보스였던 Dr. Sigrid Heuer는 내가 국제벼연구소에서 육종학자의 자리를 얻도록 강력 추천하였고, 'Molecuar Breeder for Abiotic Stress Tolerances(환경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분자육종가)'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내 꿈이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자리는 저에게 그 어려운 인산 공부라는 것, 그 복잡함이 주는 묘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오히려
'아, 혹시 이것은 그 많은 문제의 시발점을 설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소인 인산은 원자 기호로 'P'입니다. 발음이 '피'죠. 그런데, 정말 식물에서 이것은 피처럼 중요합니다. 세포벽의 주요 구성물이요, DNA를 비롯한 유전물질의 구조물입니다. 세포막도 구성하고, 광합성에서 빛을 받아 에너지를 만들어가는 데에도 핵심 원소입니다. 저는 그 기능과 역할에 깊이 매료되었죠. 환경의 영향에 대한 식물의 반응은 모두 'P' 없이 설명 되지를 않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Pup1이라는 '양적 형질 유전자좌(QTL:서로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염색체 내 유전자의 덩어리)'를 처음으로 발견한 일본 JIRCAS의 독일인 과학자 Dr. Matthias Wissuwa의 연구를 좇았습니다. Dr. Wissuwa는 식물과 인산 연구에 있어서 가히 '구루(guru:지성의 경지가 득도의 위치에 이른 사람)'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https://scholar.google.com/citations?user=mFmPy_wAAAAJ&hl=en
식물에 인산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려면, 몇 연구자의 궤적을 따라야 합니다. 나는 Dr. Matthias Wissuwa,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작고하신 Dr. Wu Ping, 그리고 IRRI 부소장이었다가 영국의 Rothemstadt 토양연구소 소장으로 간 Dr. Achim Dobermann, 또, Dr. Guy Kirk, 의 저작들을 우선 공부하였습니다.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그들을 팔로우하면서 현대적인 작물과 인산 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다양한 저작들은 검색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설명을 줄이고, 대신 Pup1을 다양한 품종에 도입하면서, 재미있는 생각들을 해 보게 된 것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필리핀의 어느 산 중턱의 가난한 농민이 운영하는 실험 농장입니다. 적은 돈이지만 정말 성실하게 운영하는 분이었죠. 25년을 인산을 안 주고, 주변에 망을 쳐서 동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벼 종자를 물에 적셔 '최아(잠을 깨어 발아를 시작하게 하는 행위)'만 하고는 직파하도록 하였습니다.
Pup1이라는 것이 들어간 벼 계통들(유전적으로 동일화된 일종의 '품종'의 전 단계)만 개화를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계통들을 여럿 만들어서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려 했습니다. Pup1이 일부만 들어간 계통들은 들쭉날쭉하고, 안 들어간 계통들은 아직 개화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에서 농촌진흥청이 '사막에서 벼를 기른다'라고 하여 유명해진 아세미입니다. 필리핀에서는 'MS11'이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에 Pup1을 도입한 초기입니다. 식물 자체도 분얼이 많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흙의 상태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 논은 인산을 주지 않아 잡초조차 잘 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Pup1이 있는 벼의 흙 상태를 보면 이끼가 끼고 잡초가 더 나옵니다. 녹색의 기운이 보이시죠?
열대 지방에서 실험을 계속해 봤습니다. 조생종이거나 통일이거나 하는 따위의 4개의 품종에 Pup1을 넣어서, 물이 부족한 건답직파 방식으로 길러 봤습니다. 아주 마른 흙이 아니라, 종종 물을 주어서 흙에 크랙이 생기지 않게만 주는 것이죠(크랙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탄소제로에서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모두 초기 생육이 원래 품종보다 더 좋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수량성도 양호했습니다.
저는 Pup1을 도입하면, 그것이 어떤 배경의 품종이 든 간에 작동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겪는 봄 가뭄에 아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조생종 벼에서의 효과는 아주 탁월해 보였습니다. 조생종들은 수량성이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초기에 활력을 높이면 수량 잠재성도 늘릴 것으로 봤거든요. 수차례 확인해 보니, MS11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우수한 선발 계통을 '세찬 미'라고 명명하고,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함께 품종 출원하였습니다.
그리고, Pup1이 더해진 세 개의 벼를 특허출원하였는데, 이 중에서 '세비'는 '세찬미'의 자매로서, 아세미에 Pup1이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고온건조 온실에서 40도가 오르내리는 환경에서도, 우수한 등숙을 보여서, Pup1이 들어가면 고온에도 강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http://kportal.kipris.or.kr/kportal/search/search_patent.do
이런 생각들을 저만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콩에서도 인산 시비가 고온을 이기게 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완두콩에서는 인산 흡수와 CO2 농도 증가(이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가 가뭄에 강하게 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ls.2018.01116/full
https://academic.oup.com/aob/article/116/6/975/161288
저희 연구가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에도 긍정적인 영감을 준 것 같습니다. 벼에서 저인산 조건과 건조에 강한 유전자원을 탐색하는 논문도 나왔더군요.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93325-2
요컨대, Pup1 말고도 많은 유전자들이 관여할 것이겠지만, 이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들을 컨트롤하는 유전자 같다는 것 정도는 이미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인산 흡수 능력 그 자체는 이미 보리, 밀, 수수, 옥수수 등에서 검증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가뭄, 고온 등에 대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 자체의 연구에 따르면, 직파 적응성 형질이나 침수 형질과도 조합하여, 상승작용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https://www.mdpi.com/2077-0472/10/10/453
https://www.mdpi.com/2223-7747/10/8/1523
인산 흡수에 대한 식물학적 연구에 대한 대체적인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이것을 통한 복합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이 더 많이 가능하길 기원합니다.
그럼 인산의 운명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인산은 식물 뿌리에서 흡수되어, 그것이 식물 생장을 돕다가, 종자의 종피와 과피에 축적됩니다. 식물 영양학자들과 저 같은 사람들은 이때 인산의 운명에 대하여,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작물 학자, 식물학자의 영역이지만, 다른 하나는 여러분도 엄청나게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입니다.
저 인산이 종자의 종피와 과피에 축적된다고 하였지요? 그래서 현미에는 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백미를 내어도 인산이 다량 존재하게 됩니다.
위 기사를 보시면, 현미에 있는 피틴산이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아래 기사를 보면 피틴산에 대해 너무 과하게 반응하지 말 것을 한편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9602017#home
저는 저런 논쟁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만, 사람들은 이런 것이 더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다 좋은 점, 나쁜 점이 있지요. 저는 다른 관점을 선호합니다. 아래 그림을 한번 보세요. 피틴산의 화학적 구조입니다. 인이 주요 유기인산 중 하나인 피틴산의 주요 원소로 있습니다.
식물이 인을 흡수하게 되면, 다량의 인을 다음 세대인 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종피와 과피로 보내어 축적시킵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람들의 치아나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죠. 일견 그럴 것 같습니다. 식물이 저런 화합물을 많이 합성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요. 자기 방어 메커니즘일 것입니다. 그런데, 개량된 많은 재배 품종들은 이미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피틴산을 적게 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피틴산 함유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량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현미에서 그렇게 많은 우려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래벼나 야생벼 등을 직접 섭취한다면, 종피와 과피의 피틴산의 함량을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농부와 육종가들이 그런 방향으로 선발한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찌 되었든, 종피/과피에서의 인에 대한 육종의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일단 피틴산을 줄여야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저 피틴산 쌀로 개발한 것은 강원대와 강원도 농업기술원이 '일품벼'에 돌연변이 처리를 하여 개발한 '상골벼'가 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피틴산의 함량을 줄이는지에 대해서 연구한 논문을 소개합니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09636
종자로 가는 인의 함량을 줄이는 것은 피틴산뿐만 아닐 것입니다. 호주의 Southern Cross 대학의 Terry Rose 교수는 이 분야에 있어서 대단한 전문가입니다. 우리나라 출신의 정관호 박사가 이 부분을 함께 연구하였지요. 저도 관심을 두고 봐야 할 분야인 것 같습니다.
https://www.scu.edu.au/southern-cross-plant-science/people/researchers/professor-terry-rose/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03654
이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아이디어입니다.
"야, 종자로 가는 인을 좀 줄이고, 그것을 식물이 그냥 쓰게 하여, 더 건강하게 만들면 어때?"
그런데, 이 길이 험난한 것이죠. 우리는 이것을 전문적으로 '식물체 내 인산 재활용(remobilization)'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즉, 식물체 내에서 세포와 조직 여러 군데에 유기화된 인산을 자체 내에서 무기화시켜 쓰는 메커니즘이 없겠냐는 거죠. 아니면, 인이 세포와 조직 유기화되는 속도를 늦춰도 될 것입니다.
난 저 연구팀이 지속적으로 좋은 논문을 많이 내주면 좋겠습니다. 식물체 내 인산에 대한 가장 많은 연구가 축적되고 있지요. 그리고, 결국 이 문제는 '식물 내 영양 대사 효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산이 식물에서 흡수되어 종자로 가는 과정을 양적으로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가 탄수화물(당)과 지방 대사를 헷갈려하듯 (당뇨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아실 것 같습니다), 질소와 인산은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위 그림은 질소와 인산의 대사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합쳐서 함께 그려본 것입니다. Sigrid가 이 그림을 그리고는 저에게 한번 검토하고 그다음에 논문에 내더군요. 저는 항상 내 보스가 얼마나 대단한 과학자임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체험적 실험자를 존중하는 실험실 과학자입니다.
이 그림 하나만 봐도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어떤 관점에서 과학 연구를 수행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이 그림은 10년도 더 된 것이라, 탄소중립에 대한 개념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수분조절이나 식물의 키, 영양 대사 효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이 개념들은 업데이트되어야겠지요.
사실 이 그림은 수없이 반복되었던 질소와 인산의 상호 영향력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얻은 교훈입니다. 우리 연구진은 질소와 인산을 모두 시비한 경우, 질소만, 또는 인산만, 아니면 모두 아주 소량만 시비하는 실험을 무수히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이 효과를 구분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질소와 인산은 상호 연관성이 너무 큽니다. 더욱이, 물 부족 상황에서는 인산은 그냥 나를 잡아먹으라는 수준에서 토양에서 비활동적입니다. 반면, 질소는 그런 조건에서 다 휘발되어 버리죠. 그런데, 상용 비료는 복합비료라 이것을 구분하여 시비하게 하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더욱이, 이 두 녀석 모두 토양의 물리 화학적 특성에 대하여 민감하게 작동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탄소저감 넷재로에서는 비료에 탐닉적인 조기 활성이 뛰어난 식물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수분 조절 조건에서 질소와 인산을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토양입자와의 경합도 복잡해 지기 때문에, 초기 시비량과 효율이 결정하는 요소가 중요합니다. 화학비료가 아니더라도, 유기물의 투입에 대해서도 결국 같은 원리가 작동할 것입니다.
자, 이야기를 다시 친환경 쪽으로 가 보고자 합니다.
질소는 휘발되어서 날아가버리지만, 비료로 투입되는 친환경 비료는 대부분 날아가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인산은 그중에서 매우 주요한 것입니다. 농축산업을 하고 난 잔재물과 더불어 도시에서 발생하는 분뇨, 음식물 쓰레기도 중요한 재료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는 유기화된 인이 너무 많은데 염분까지 많아서 재활용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거나 활용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도시 하수구로 나오는 유기화된 인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 분리되어 처리하니, 하수구에서 나온 슬러지를 잘 활용해서 무기화하여 인산비료로 재활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렇다면, 다가올 세계적 인산 재앙에서도 우리는 큰 타격을 안 받을 수 있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변수라면, 우리가 식량 자체를 수입하지 못하거나 그 비용이 급증하는 경우겠지요.
현대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의 선진성과 역동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극단적인 가정을 하는 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그것이 주는 가치투자적 불안정성이 더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더 개인화됨에 따라, 과거보다도 더 개인의 작은 불편에도 더 예민해졌기 때문에, 어떤 불안 요소가 발생하면, 급격하게 수급 불안정성이 야기되곤 합니다. 농축수산업은 그런 산업이죠.
2008년의 food crisis는 실제 발생한 기후변화 등의 어느 요소에서 발생한 갭이 투기성 자본과 맞물려 그 효과가 커졌다고 보는 것이 두루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그렇듯, 세계적 인산 결핍도 그렇게 활용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2007%E2%80%932008_world_food_price_crisis
전 세계의 인산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회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SPS라는 Sustainable Phosphorus Summit입니다. 아래는 6차 회의인데, 저는 2012년에 호주 시드니에서 참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오기로 한 분이 참석을 안 했더군요. 한국인은 국제기관 소속의 저 하나였는데, 엄청나게 많은 수천 명의 참석자들이 인산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했습니다. 우리도 뒤쳐지면 속상한 그런 나라 아닙니까?
https://www.sbcs.org.br/?noticia_geral=sps-2018-sustainable-phosphorus-summit
여담인데, 성공적인 연구를 한 것을 자축하면서, 그 학회에 갔지요. 제 아내를 동반해도 좋다고 하더군요. 외국에서 함께 고생한 아내였지요. 학회 중간중간 짬을 내어 시드니를 여행했습니다.
인산 학회의 최고의 백미는 역시 만찬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만찬장에서 찍은 것인데, 시드니 자연사박물관을 통으로 빌려서 만찬을 했습니다. 자연사박물관에는 다양한 화석이 있었죠. 우리는 공룡 화석과 다수의 동물 박제물을 앞에 두고 와인도 하고 식사도 했습니다. 저 개는 박제된 것인데 진짜 같지요? 차마 공룡 밑에서 찍은 사진은 공개하기 어렵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산의 기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죠. 우리가 이렇게 지구에서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풍요로움은 사실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생물들의 덕이 큽니다. 그것들이 척박하였던 무기물 세상에서 생명이 되고, 그것이 공룡의 뼈가 되고, 그것이 다른 생물의 DNA가 되고, 우리의 뼈와 세포가 되었습니다.
학회의 마지막 밤에는 누구 하나 그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왜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였습니다. 그런 게 학회죠. 과학자는 그런 것을 생각할 만한 사람들이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