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쌀의 향과 색의 다양성 - 색이 있으면 더 맛있을까?
여러분은 밥이 어떤 색일 때 가장 맛있습니까?
아마 생각해 보신 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미 여러분 중 다수는 검은 쌀(사실은 검은색이 아닙니다만)과 붉은 쌀 정도는 만나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의 색과 기호도에 대한 내용은 최낙언 씨의 블로그에서 아주 좋은 정보들이 정리되어 있어 가져와 봅니다. 그럼 밥과 쌀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시험을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래 블로그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하늘색 초밥을 보고 있자니, 모든 색이 다 군침이 도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워낙 별난 개성의 세상이니 저런 것도 시도는 해 보나보다 합니다.
http://www.seehint.com/word.asp?no=12808
대문에 걸려 있는 쌀은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쌀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쌀에 색을 넣어, 쌀을 이용한 식재료나 장난감 찰흙 등을 만들 요량으로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렇게 초자연적으로 선명한 색의 쌀이 실제로 논에서 생산된다면, 사람들은 건강 운운하면서 기피할지도 모릅니다.
https://myhomebasedlife.com/how-to-make-colored-rice/
재래벼, 토종벼들은 본래 색이 있었다고 봅니다. 아래 논문은 3000개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유전체를 연구한 3K Rice Project에서 잡초벼의 형질을 연구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잡초성이 무엇일지 형질을 나름대로 정리했는데, 까락의 색, 이삭에서 종자가 쉽게 떨어지는 정도(탈립성), 탈곡용이성, 종피의 색, 그리고 유묘의 길이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https://as-botanicalstudies.springeropen.com/track/pdf/10.1186/s40529-020-00309-y.pdf
이 중에서, 종피색은 벼의 12개 염색체 중, 7번 염색체의 Rc라는 붉은색을 띠게 하는 유전자가 온대벼인 자포니카든, 열대벼인 인디카든, 또 다른 벼 분류형이든 모두 고르게 존재한다고 하여서, 벼가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분화하기 전부터 7번의 종피색 유전자는 존재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다시 말해, 종피색은 벼가 인간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있던 것이고, 환경과 인간에 의하여 순화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보는 것이 설명이 잘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먹는 하얀색의 쌀은 어떻게 된 걸까요? 왜 지금 우리가 먹는 쌀은 하얀색일까요?
물론, 당연하게도 곡식을 먹는 이유는 소화가 잘되고 높은 칼로리를 가진 전분을 더 많이 섭취하기 위한 쪽으로 선발이 되고, 그 전분이 흰색이라고 생각하면 언뜻 보기에 설명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분이 많은 씨앗을 맺는 방향으로 식물이 진화를 했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기가 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식물이 애써 에너지를 씨앗에 모아 놓았다가 단번에 빼앗기는 것일 테니까요. 무언가 더 그럴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전분이 더 많이 축적되게 하는 인위적인 개량이 가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설명이 쉽습니다. 그것은 농민이 자발적으로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생산되는 농산물의 양만큼 인구가 결정되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어떤 동기를 가진 집단이 더 많은 전분을 가진 쌀을 생산을 하라고 했을지 모릅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농업은 역사적 사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고, 이 내용을 아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좀 더 나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 주경철 교수님은 이미 10년 전에 아래와 같은 글을 쓰셨습니다. 농업은 종교와 함께 태어났다고 하십니다. 쌀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하지 않으셨지만, 쌀농업도 이와 같은 운명을 가졌더라면, 쌀농업을 하는 국가들에서도 무언가 연결고리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고귀하고 종교적인 순백성이 하얀 쌀에 대한 선호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유색을 나타내는 거친 쌀보다는 더 먹기 좋고 보기 좋은 흰쌀을 하층민과 노예들로 하여금 재배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0090930701
그러나, 이런 반전의 글도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원문을 보실 수 있으나, 중요 내용만 요약해 보자면, 일본에서 여신이 쌀농사를 짓는데 농사가 잘 안되니, 젖을 짜서 비를 내려 주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젖을 세게 짜는 바람에 피가 좀 섞여서 붉은색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또, 발리에서는 시와 신이 새를 보내어 네 개의 다른 색의 쌀을 전해 주었다 합니다. 이 두 전설을 보면, 흰색 쌀이 꼭 신이나 귀족이 선호한 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What’s interesting is that black/purple and red rice have much mythology surrounding them. In Japan, the rice plant is said to have failed to bear grains, and so the goddess Kuan Yin sprinkled her milk over the plant and white grains appeared; but when squeezed, blood came out and some grains turned red. In Balanese mythology, the god Ciwa sent down a bird that carried seeds of four different colored rice: yellow, black, red, and white. On the way, the bird ate the yellow seed and only three were left."
https://www.todaysdietitian.com/newarchives/JJ21p22.shtml
아니, 오히려 아주 다른 방향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요리를 하기에 야생벼나 재래벼보다 더 균일하고 사용이 용이했기에 흰쌀을 선호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흰쌀을 기르는 중에 종종 색이 있는 쌀이 나오고, 그 쌀을 따로 챙겨다가 왕에게 바쳤다는 것입니다. 유색미가 오히려 진화된 흰색의 쌀보다 더 늦게 활용되었다는 것은 유전학 연구를 통해 볼 때,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Rc, Rd, Pp, Pb 등의 유전자들은 붉은색과 청남색, 보라색 등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인데, 한두 개의 유전자 조합으로 색이 온전히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들이 교잡에 의하여, 어떤 품종에 도입되면 바로 색을 띠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유전자들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무색의 유전자도 이미 보통 흰색 벼에 존재합니다. 즉, 오히려 흰색 쌀이 재배되는 농장에서 우연한 돌연변이로 색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지요.
벼를 농장에서 기르다 보면, 색을 띠는 벼가 종종 나옵니다. 그것을 '잡초벼'라고 부릅니다. 아직도 이 벼의 발생에 대하여 잘 모릅니다. 그러나,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가 종피의 색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앵미'라고 부릅니다. 보통 앵미는 흰쌀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는 아주 골칫거리여서 제거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돌연변이의 결과로 예상치 못한 대단한 색을 얻을 수도 있었지 않나 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morningeat&logNo=80196759231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한 흑향찰벼 '서시1호'를 많이 심었는데, 갑툭튀한 잡초벼 2개를 봉지를 씌워 꽃가루가 섞이지 않게 하고 종자를 따로 받아 심어 비교해 보았습니다. '서시1호'의 형질을 일부 가지고 있어서, 그 벼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는 있으나,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형질이 분리하여, 교잡에 의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벼 잎과 종자의 색이 엄청나게 변이를 일으켰다는 것을 통하여, 잡초벼가 유색미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연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 이야기를 좀 바꾸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섹시하다'라는 표현을 언제 쓰나요? 요즘은 이 단어가 '매우 매력적이고 유혹적인'이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과거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뇌색남'이라는 단어도 '뇌가 섹시한 남자'라고 하니, '섹시하다'의 대상은 성적인 표현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결혼할 생각이 있는 젊은 남성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상대 여성을 만날 때 이중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여 불타오르는 연애를 하다가 금세 흥이 떨어져 헤어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 조금씩 편해지고 익숙해지면서 오랜 기간 함께 평생을 가게 되는 여성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남자여서 그런지, 앞의 경우의 여성이 더 '섹시하다'는 표현에 맞게 느껴집니다.
밥은 본디 속성이 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밥상은 밥/국 또는 찌게/김치를 포함한 채소음식/단백질 및 기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밥의 위치는 앉은 사람의 왼쪽 바로 앞입니다. 보통 요리라면 가장 중요한 음식이 한가운데 오는 법인데, 밥은 늘 그 자리입니다. 먹는 사람이 어느 손을 쓰는지에 상관없이 늘 그 자리입니다. 그리고, 본래 밥 한 술 먹고, 반찬을 한 술 먹습니다. 반찬으로 강한 맛과 향을 즐기고, 밥으로 그것을 지웁니다. 그런데, 반찬은 밥 없이 먹기 힘듭니다. 더 많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밥이 어느 음식도 쉽게 물리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은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좋은 책입니다.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음식에게 죄를 묻지 마라. 무엇이든지 잘 알고 건강하게 먹는 것이 좋다.
'죄가 무슨 잘못이 있어, 그 죄를 저지르는 X같은 새끼들이 나쁜거지' - 영화 '넘버3'의 대사
맞습니다. 어쩌면 쌀밥은 참 억울합니다. 칼로리 과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저탄수화물 식단이 좋다고 하며, 밥은 이름대로 '찬밥신세'가 되곤 합니다.
저는 밥이 지은 죄라면, 사실 다른 음식을 더 잘 먹게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찬을 한 점 먹고, 밥을 한 술 뜨면, 감각 특정적 포만감이 생기지 않으므로, 반찬을 더 먹게 됩니다. 다시 말해, 밥을 더 먹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죠.
'야, 그러니까, 어찌 되었든 밥이 문제잖아. 더 많이 먹게 하니까.'
그런데, 저는 이렇게 변론하고 싶어요. 밥 그 자체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식단 구조와 심리학적 요소에서 나오는 것이니, 문제를 다르게 풀어달라고요.
밥을 먹는 식단은 그 사람의 취향, 행동을 잘 분석하면, 의외로 쉬운 해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나는 소비자 행동학자와 영양학자들이 아래 링크에서 나오는 코넬대의 Brian Wansink 박사의 아이디어를 참고하여 새롭게 해석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가령, 밥과 다른 반찬을 같이 먹으면 전체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니, 다른 요리를 먼저 먹고 밥을 나중에 먹을 때, 칼로리 섭취가 더 준다는 것을 증명한다든지 하는 것이죠. 요즘 사람들 많이 그러지 않나요? 고기와 밥을 같이 먹는 사람과 고기 다 먹고 밥 먹는 사람, 누가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할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5vQMeCd4uLM
쌀의 색을 이야기하는 중에, 흰색의 쌀과 밥이 절대로 매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대하여 좀 더 분명하게 검토하고 과학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어떤 사물이나 제품 자체를 죄악시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자 이제 왕이 먹었던 색이 있는 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유색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유색미의 왕인 흑미(검정쌀, 검은쌀)는 이름대로 많은 분들이 검은색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세상에 진정한 검은색 쌀은 없습니다. 아주 짙은 청남색, 청자색, 또는 보라색 쌀입니다. 흑미를 사다가 밥을 지어보면, 밥 색이 검은색이 아닌 것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흑미 말고도, 적색의 홍미, 녹색미, 금색 쌀 등이 있습니다.
흑미는 항산화물질인 anthocyanin이 많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방송통신대학교 류수노 교수팀이 개발한 C3G 함량이 높은 '슈퍼자미' 등이 유명합니다. 이를 응용한 '대립자미', '큰눈자미' 등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였습니다.
https://faculty.knou.ac.kr/~ryusn/b/b_3.htm
우리 연구실도 '서시1호'가 흑향찰 벼로써 마찬가지 anthocyanin의 함량이 많은 벼이며, 여기에 향과 찰을 결합하고도 수량성이 높아서, 가공적성을 높인 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시1호'에 대한 품종의 정보는 지난 브런치 글에 링크되어 있듯이, 국립종자원의 품종정보를 검색함으로써 확인이 가능합니다.
적색의 벼는 polyphenol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중국 지역에서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및 각 도 농업기술원 등에서 홍색 또는 적색의 좋은 품종을 많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흑색, 자색, 또는 적색의 벼는 Pp, Pb 및 Rc, Rd라는 유전자에 의하여 조절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두 개의 유전자 중 하나가 본래의 색을 나타나게 하는 유전자인데, 다른 한 유전자가 같이 있으면, 그 색이 더 강하게 표현되도록 하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나는 국제벼연구소(IRRI)의 연구진과 함께, 세계적으로 수집한 152개의 다양한 유색미에 대하여, anthocyanin의 함량, 아연의 함량, 그리고 흰잎마름병 저항성에 대하여, 분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색을 연구하는데, 기존의 방법과 달리, 색을 결정하는데 미세하게 작용하는 유전자들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에, 유색미만 활용하여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기존의 연구는 보통 보통 흰색 쌀과 유색미를 비교하였기 때문에, 주요한 유전자만 발굴되었거든요.
https://www.mdpi.com/2073-4425/10/1/30
동시에 이 연구결과로 밝혀진 재료를 활용하여, 이들 간의 교잡을 활발하게 수행하여, 유색미의 새로운 유전자를 도입하여, 그 강도를 더 세게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유색미의 중요 인자는 색을 띠게 할 수는 있으나, 발색 정도를 결정하는 더 많은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유전자 간 상호작용에 따라 색이 결정되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심지어, 중요한 유전자로 밝혀진 Pp, Pb, Rc, Rd 유전자의 분자마커를 이용하여, 유색미 집단을 분석하여 본 결과, 저 유전자들이 없는 데도 색이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웠죠.
마지막으로, 유색미들은 보통 키가 크고, 수량성이 낮고, 병에 약했습니다. 이미 개발된 좋은 일반 흰색의 품종들을 이용하면 이런 부분을 개선할 수 있었지만, 색도를 높이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중요 성분들이나 농업 형질 개선을 유색미 집단 내에서, 교잡하여 활용하면 어떨까 착안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통하여, 안토시아닌 함량이 가장 높은 벼, 그리고 그 형질과 연관된 유전자, 저개발국가에서 가장 부족한 무기질 성분인 Zn이 높은 벼, 그리고 병에 강한 벼를 찾았고, 그 형질들을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 서울대 고희종 교수 연구팀은 아주 재미있는 유전자를 찾았습니다. OsCOP1라는 유전자의 기능으로 쌀에 flavonoid가 축적되는데, 이것이 쌀의 색을 황색으로 만들게 됩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유전자가 homo(OsCOP1 유전자 자리에 같은 타입의 유전자형이 있는 것)가 되면, 쌀의 배가 성숙되지 않아 죽어버린다는 것이죠. 이것은 종자산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벼 종자(hetero: 유전자 자리에 다른 타입의 유전자형이 있는 것)를 구입하여 심게 되면, 멘델의 분리 법칙에 따라, 반드시 homo형의 쌀이 나오게 되고, 그것은 심었을 때 발아를 할 수 없으니까요. 농민은 종자를 반드시 구입해야만 합니다. 건강에도 좋은 쌀인 동시에 종자산업에 유리한 쌀이니 기대할 만합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33950284/
2005년도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두 편의 녹미 논문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녹미에 대한 뚜렷한 과학적 지식이 축적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엽록체를 구성하는 Chlorophyll a와 b라는 두 개의 요소 중에 변이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로 생리학적인 연구의 결과를 보자면, 녹미는 주로 재배시기, 질소시비 수준, 그리고 저장조건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 동북 3성에서 유래한 녹미와 재래 수집 녹미에서 유래한 계열이 있는데, 환경특성에 따라, 그 색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미는 아무래도 녹색을 띠고 있는 엽록소의 함량이 주요한 섭취 목적이라고 볼 때, 엽록소 그 자체가 갖는 건강에 대한 기대가 '녹색'이라는 요소가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otal.do
마지막으로 '금쌀', 'Golden rice'를 빼놓고 갈 수가 없네요. 지금까지 소개된 쌀들은 주로 자연에서 발견된 돌연변이를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쌀은 GMO, 즉 유전자 변형에 의한 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쌀에 본래 없는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을 인공적인 유전자 도입법으로 개발하여 '금색'을 띠게 된 것으로, 스위스의 Ingo Potrykus 박사 등이 최초로 개발한 모본을 국제벼연구소가 Bill Gates and Melinda Gates 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량성과 농업 형질이 우수한 품종들로 개발한 것입니다. 아래 링크를 찾아가면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가면, 아주 재미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쌀이 색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에 대한 대답을 필리핀의 젊은 경영대학원생들이 연구한 것입니다. 흰쌀은 '맛있다', 매우 흰쌀은 '비싸다', 색이 있으면 '영양이 많다', 노란색은 '색이 바랬다', Valenciana(필리핀인들이 좋아하는 스페인 음식 빠엘랴인 발렌시아나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치자색 정도로 생각해 볼까요)는 '최고다'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몇 가지 품종의 기준으로까지 해석했습니다. Angelica, Dinorado, Sinadomeng은 품종명인데, 이 품종의 색을 기준으로 물어본 것이죠. 비슷비슷한 색이지만, 약간의 차이에도 정말 다른 소비자 반응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의 기호도에 따라 다양한 색에 맞춘 품종의 기호도를 예측해 보려 한 것은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단어들을 제시할까요?
쌀과 밥은 소비자들이 직접 보는 것이라, '섹시함'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먼저 다루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벼는 사실 식물체 그 자체로도 아주 매력이 있습니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의 정종태 박사는 외국에서 도입한 다양한 유색미 품종들을 우리나라 기후에 맞게 적응하도록 교잡하여 다양한 관상용 벼를 개발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특성들도 당연히 유전자의 기능에 따라 나타난 것입니다.
http://www.ccmessage.kr/news/articleView.html?idxno=7227
내가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농장에 있는 다양한 돌연변이 식물체들은 마음을 자주 사로잡았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돌연변이들은 식물체의 크기, 이삭의 모양과 색, 종자의 색, 기타 여러 가지 특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변이들은 그 모양뿐만 아니라, 벼의 기원과 유용한 물질을 함유한 다양한 벼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었죠.
벼는 당연히 쌀을 먹는 것으로만 이해하였지만, 이런 벼들을 보고 있자면, 다른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신기하게 생긴 벼들은 어떤 쓰임이 있을까?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은 '관상용 벼'라는 이름으로 흥미를 유발하는데 의미를 두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이런 벼들을 보여 주면, 잠시 관심을 보이다가 맙니다.
한 번은 학생 때 농장에서 벼를 보고 있을 때였죠. 우리가 보통 '자도'라고 부르는 갈색 잎의 벼가 있습니다. 그 벼는 사실 벼 품종 개발에서 별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잎이 보라색이라 다른 벼들과 쉽게 구별이 되어, 비슷비슷하게 생긴 여러 벼 품종 사이를 갈라서 구분해 주는 데 사용하지요.
그런데, 농장 앞에서 갑자기 소방차가 서더니, 소방관이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소방복을 입고 있던 상태여서, 더 의아하게 생각했지요.
자도를 가리키더니,
"저 벼는 왜 저래요?"
"네?"
"아.. 제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데, 새로운 품종이 필요하대요. 그런데, 여기 대학이라고 해서, 지나가다가 좋은 품종인 것 같아 묻는 거예요."
나는 저게 별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했고, 소방관은 실망해서 돌아갔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농부가 저것을 심었다가는 아마 바로 법원에 고소할 것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때 처음으로 벼가 '섹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 찰기가 혀와 입안에서 느껴지는 촉감으로 사람들의 기호를 자극한다면, 이 벼들은 시각적으로 충분히 매혹적일 수 있겠다 했습니다. 소비자가 중심이 된 세상에서, 사람들이 이뻐서 심고 싶은 벼가 왜 존재할 가치가 없겠는가 했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벼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벼들은 종자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긴 것이 특이한 만큼, 생산을 하기 위한 작물학적 기능에 관계된 엽록소 함량이나 초형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식물의 이상 형질에 대한 논문을 링크해 본다. 잎이 구부러지거나, 잎이 오므라들거나, 잎에 반점이 생기거나, 분얼이 벌어지거나, 종자의 크기가 유난히 커지거나, 잎집에 무늬가 생기거나, 잎에 지그재그 무늬가 생기거나, 심지어 종자를 둘러싼 영이 틈새를 내어 벌어지거나 하는 것을 비롯한 많은 형질들이 이미 분석되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들은 학자들을 위한 것으로 서울대학교 작물분자육종연구실(고희종 교수)의 최근 업적만 정리해 본 것이지만, 이 많은 논문들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변화가 단 한 개의 유전자에서 몇 개의 DNA 염기서열 차이에 의한 것임을 엄청나게 많은 사례로 증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38887
https://www.mdpi.com/2077-0472/10/10/428
https://www.plantbreedbio.org/journal/view.html?uid=576&pn=lastest&vmd=Full
https://thericejournal.springeropen.com/articles/10.1186/s12284-019-0277-y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ls.2018.01925/full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186/s12284-017-0196-8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ls.2018.01274/full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00122-018-3091-9
이러한 시각적인 섹시함이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요? 이쁜 색의 다양한 벼를 활용하여, 논그림을 그린 것을 뉴스 등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그림이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에, 일본의 Inakadake 현은 한 발 더 나아가 ICT 융복합적인 방법으로,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논그림을 QR code 삼아서, 그 그림을 휴대폰으로 인식하도록 하여, 바로 쌀 주문을 유도하도록 한 것이죠. 계절 따라 바뀌는 논그림도 도안을 하여 여러 번 방문하여 그 변화를 보도록 유도한 것도 관광수입도 증대하도록 하였습니다.
Inakadake 사람들은 벼의 색이 얼마나 '섹시한지'를 참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뿐이라는 것도 동시에 알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흥이 사라지기 전에 냉큼 쌀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방법을 찾아낸 것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현재까지도 유색미를 통한 시장의 확장은 그렇게 감동적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흑미 즉석밥이 흰쌀 즉석밥의 10% 정도인 흑미밥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흑미 혼자의 힘이 아닌 '흑미+일반 쌀'의 형태인 혼합미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http://foodtoday.or.kr/mobile/article.html?no=158158
소비자 가구의 구입 가격을 보면, 흑미> 현미> 일반 쌀로 보이는데, 찹쌀로 보면, 찰흑미> 일반 찹쌀> 찰현미로 보입니다. 일반 흑미가 오히려 찰흑미 가격보다 높습니다. 즉, 흑미의 인기는 높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찹쌀과 흑미 특성 중 용도에 따라 한 가지만 활용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가격이 꼭 선호도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선호 평가 데이터와 함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쌀의 세계에서는 매력의 요소를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시각적이든(흑미), 촉각적이든(찰벼), 후각/미각적이든(향미),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시장의 크기가 더 커 보입니다. 모두 일반미와 혼합되어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이 요소들이 복합되면 오히려 일반미 대비 특화된 취향의 교집합으로 시장이 더 작아지는 것 같다는 추측도 해 봅니다.
쌀의 섹시함은 소비자가 바라보는 것이고, 흑미는 그럭저럭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색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녹미는 2004년부터 농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것입니다. 당시 보성유기농민회에서 생산된 쌀도 있었습니다만, 대량 생산시 색도를 유지하는 것이 환경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럼 색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色卽示空 空卽示色'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닐까 합니다. 색은 사람들을 쉽게 끌어들이는 속성이 있으나, 그 효능이나 효과가 분명하지 않으면 바로 떠나게 되는 아주 한시적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시장에서 기본 쌀인 흰쌀과 혼합되어 활용되거나, 그것을 보조하거나, 그것이 더 잘 팔리게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색이 있는 쌀이 결국 색이 없는 쌀의 판매를 돕는 Rice code 전략도 그렇고, 흑미를 혼합한 '흑미 햇반'의 성장도 그렇습니다. 유색미는 흔히 '기능성 쌀'로 분류되어, 쌀에 건강이 있음을 강조하지만, 우리는 식단과 식품의 자유로움을 더 누리고 싶어 하기에, 영양과 건강의 공급에 있어서 절대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비타민A를 섭취하기 위하여 굳이 쌀을 먹어야 할 경우는 아주 제한된 시장일 것입니다.
결국, 색을 활용한 벼와 쌀의 시장은 쌀의 다양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소비자의 호기심을 끌어들이는 데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함량의 기능성 물질이 있고, 그 물질을 추출하여 산업화하는데, 다른 소재보다 월등히 우수한 측면이 있다면, 색이 건강의 관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2019년의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서 특수한 쌀의 활용에 대하여, 쌀의 건강기능성보다는 쌀의 가공성 측면, 전분 특성 측면만을 기술한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쌀과 밥의 섹시함의 마지막 이야기, 향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