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가 못돼 쳐 먹은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도 생각했다
자기 전에 보지 말아야 하는 작품 등장. 어제 괜히 밤에 '채널 고정'을 다 보고는 연결되어 추천하는 바람에 3편까지 보고 그리고 늦잠 자고.
그래서 몇 부작인지 봤다. 12개? 3개 보는데 체력이 달린다. 더욱이 밤에 틀어놓고 잠이 오길 바랬는데, 이건 잠이 당최 오지 않는다.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많아서 그런지 결국 스토리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다만 영화 속에서 좀비는 진화하고 진화해서 한국 드라마에서 이젠 날아다니고 생각하고 반응한다. 강시부터 봐온 우리로서는 영화 속은 평행우주가 되어 버렸다면 우리는 참 재미있는 세상에서 사는 셈이다.
묘한 연결이랄까. 방송국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채널 고정을 보다가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스크린을 냉정하게 보고 평가하는 것이 비단 '마스터'만의 작업은 아니지 않나 싶다.
이젠 대부분 시청자들이 다 '크리틱'이고 그들의 행동은 '크리티컬'하다. 참 저 세상의 사람들도 힘들겠다. 세상은 왜 지옥이 될까?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니 지옥이지 하는 생각. 이기적인 사람들은 세상에서 천국을 살지.. 하는 생각.
딱 나 혼자 살만한 100만 원 정도의 돈이 매일매일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그것은 광야에서 헤매야 했던 모세의 팔로우어들에게 주어진 하늘의 양식일까, 아니면 그들을 좀비처럼 만드는 것일까. 좀비는 결국 생존을 위해 치달리는 극단적인 이기심의 상징처럼 보였다. 감독은 극 중 악인들에게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자주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기심이 자유주의 자본주의에서 아름답게 보이고, 그렇게 경쟁하고 승리한 자의 자아도취는 강한 이기심으로 다른 이를 공격하지만, 그마저도 감싸는 상식을 버겁게 지고 가는 이들은 좀비가 되어 무차별적으로 본능적인 최악의 이기적인 존재가 된다.
세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본성 간의 경쟁으로 상상하는 모습은 나도 대학 때 잠시 상상해 본 적이 있다. 학교 시절에 여기저기 주워들은 것에 상상력을 조금 더 해서. 지금은 다양한 SF 영화에서 내용들이 다 나오기 때문에 기시감이 있다.
아마 제목이 'The immortal fertilizer'라고 해 놓고는 소설을 써보려는 망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모티브가 이랬다.
브라질 어느 밀림에 있는 한국의 첨단 과학기지가 있다. 그것을 설립하고 운영한 과학자 그룹과 연락이 끊어지자, 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학자와 전직 군인 등의 그룹이 결성되어 파견된다. 그곳은 사실 우주에서 떨어진 괴물질과 괴생명체를 연구하던 곳.
도착한 과학자들은 갖은 우여곡절로 그들의 비밀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존재하던 행성인의 후예에 대한 이야기였다. 화성과 그 별 사이에 우주전쟁이 있었고, 화성인들은 행성을 파괴할 괴력을 가진 미사일을 행성X에 발사했고, 그 전부를 방어할 수 없었던 X인들은 큰 우주선으로 탈출하게 된다. 일부 미사일은 화성으로 돌려보냈는데, 그게 화성 표면을 불바다로 만들었고, 화성인들은 지하로 숨게 된다.
그 큰 우주선은 사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달'. 이 우주선은 우주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소행성들을 맞아도 얕고 넓은 크레이터를 가질 뿐이다. 그만큼 표면이 단단하다는 의미. 묘하게도 자전과 공전의 시간이 같아서 지구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었다. 그건 사실 의도된 것, 동시에 또는 나중에 만들어진 위성이 행성을 그렇게 돌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지구 표면에 있는 암석도 달 표면의 암석보다 더 오래된 것도 없다고 한다. 위성이 없던 지구에 달이 등장하면서, 지구는 바다와 육지가 생기고, 거기에 떨어진 생명의 씨앗이 잉태되고, 천천히 진화의 순간이 생기게 된다.
X인들은 지구에 자신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를 닮은 이미지의 사람들의 세포에 자기들을 담았다. 그런데, 지구에 사람들이 문명을 만들어가는 중에 지하의 화성인들도 문명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진 선과 악의 이미지, 천국과 지옥의 이미지는 사실 아주 오래된 역사적 이미지였던 것이다. 우리는 살아서 달에게 운명을 맡기고 죽어서 달의 뒷면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죽어서 화성의 지하로 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사실 X인과 화성인이 우리를 함께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지구 작은 땅에서 겨우 살아가던 사람들 중 무리에서 쫓겨난 몇 사람이 괴물과 교잡되어 나타난 생물도 인간과 닮은 모습이었다. 우리의 DNA 안에는 X인과 화성인의 DNA가 섞여서 운명적인 기질을 형성하게 되었다. 치열한 생존의 화신이었던 화성인과 범우주적 철학론을 설파하던 X인들은 지구에서 번성하는 그들의 잡종에 대하여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면서도 지켜보고 암묵적으로 지원할 뿐이었다.
브라질 밀림 안에 떨어진 괴암석과 생물체는 이러한 역사의 종말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우주여행을 꿈꾸던 한 농학자(내가 농학을 전공한 탓에 이를 주인공으로 설정)의 엉뚱한 상상력은 지구에서의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등을 극복할 많은 정부 프로젝트에 알맞은 것이었다.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인간도 지하나 심해, 우주 등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정부는 다양한 인공환경 연구를 후원하게 되는데, 작물의 생장에 절대적인 빛, 물, 이산화탄소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
빛은 에너지 기술의 발달로 해결되었고, 물도 재생기술로 비교적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인간의 번영을 위하여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할 탄소를 비롯한 유기화합물의 다양한 원소를 공급할 경제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끊임없이 공급될 수 있는 유기물 공급원을 찾아야 했고 그것을 'The immortal fertilizer(TIF)' 프로젝트라고 명명하였다.
불용화된 유기화합물은 에너지가 낮은 상태이며, 그것을 무기화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엄청난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빛 에너지 이상의 무엇인가가 존재하여, 단순히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소위 '생명력'이라는 실체가 있었던 것이다. 연구는 교착상태였고, 그 생명력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하던 중, 그 실마리를 해결할 수 있는 물질을 브라질에 방문연구를 수행하던 어떤 농업기업의 은밀한 보고를 받은 주인공 농학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비밀스럽게 국가적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다.
... 음, 이렇게 모티브를 잡고 나서, 주인공이 브라질로 떠나기 전날까지 쓰다가 지쳐서 그냥 관뒀던(사실은 지금의 아내와 매일 밤 채팅하느라 힘들어서 에너지가 고갈되어 관뒀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아보니, 아 그때 생각했던 모티브가 다양한 영화에서 나오고, 더욱이 기후변화, 식량위기 이야기하면서 농학이 다시 각광받는 것도 신기하고, 지금 내가 환경스트레스 벼 품종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것도 우연히 아닌가 보다 한다.
위에 모티브를 쓰면서, TIF의 정체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지쳤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 중에 오랜 우주여행을 하면서 먼저 우연히 깨어난 사람이 악마적인 괴물로 변해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영화도 있었고, 자신의 기억을 온라인에 업로드하여 영원히 사는 이야기도 있었고, 매트릭스처럼 기계가 사람을 파밍 해서 에너지로 우리에게 이미지를 심은 우주관도 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로 풀 수 있구나 했다.
나의 상상은 고등학교 때 시작되어 대학 3학년(93년)쯤에 생긴 것인데, 영화 '프로메테우스'가 2012년에 나왔으니, 상상력의 트렌드에서 내가 조금 빨랐을 지도? ㅎㅎ
국민학교 때, 달의 표면이 단단하고 얇다느니, 달의 암석이 지구의 암석보다 오래되었다느니, 우주선을 부딪혀 진동을 측정했더니 속이 비었다느니, 자전/공전축이 이상하다느니, 소행성대에서 아미노산이 발견되었다느니, 계산치에 따르면, 소행성은 하나의 행성이 되었어야 한다느니, 목성의 Io는 실제 행성이다 등등의 다양한 '썰'들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사실 웰즈의 '화성침공'도 비슷한 모티브였을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지옥과 천당의 이미지도 딱 맞는 데다가, 우리 몸안의 '선'과 '악'을 구분하여 운명론적으로 생각하면서, 인간의 존재를 환원론적으로 생각한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니, 저런 생각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한 번쯤 해봤을 것 같다.
그것을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로 끌어내는 것인데, 지금은 '좀비'가 키워드고, 바이러스가 키워드고, 좀비의 핵심 연관어는 '증오'이고, 감독들은 그 증오를 설명하기 위하여, 사회적 악과 '복수심'의 메커니즘을 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대의 대박영화들은 웹툰 원작이 많아서 그런지, 딱 10-20대 감성의 스토리 전개와 얄팍한 그러나 상상해봄직한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다분히 '록'적인 '반항', '복수심', '사회에 대한 분노'를 비벼 넣으면 성공코드는 일단 준비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그런지 참신하다고 해도 내용 전개는 진부하고 이미지의 잔치가 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우리 세상이 SF이고, 어쩌면 '좀비'보다도 훠~얼씬 별것 아닌 것 같은 '감기' 계열의 바이러스에도 우리는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훨씬 더 강하게 외면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것은 메이저 언론에서조차 다루지 않는 통계적 '블라인드 사이드'에 있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못돼 쳐 먹은'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