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긴 자가 음악을 듣는 법
아침에 일어나 Italian Rock의 거장인 Banco Del Mutuo Soccorso의 음악들을 듣고 있다.
이들 최고의 음반인 Darwin!에 감동을 받고 또 들을까 하다가, 한번 들은 음악은 한동안 안듣는다는 나름의 생각을 뒤로 하고, 그들의 동명타이틀 앨범을 듣는다.
한번 들은 음악을 바로 또 안 듣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데 있다. 언제 들으면 또 새로 듣는 느낌. 두번째 이유는 음악의 '채색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음악을 들을 때, 그것이 환경과 어우러져 들려서, 반복해 들으면 배경, 추억, 또는 심지어 레코드의 상태까지 함께 각인되는 -레코드 바늘 튀는 자리쯤 오면 긴장감이 드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간격을 두고 듣는 편이다.
그리고 난 제목을 잘 안 본다. 월드뮤직을 듣는 이유는 그 가사 때문이 아니다. 언어를 온전히 이해 못하니 음악적 감수성을 더 크게 느낀다. 보컬의 가사도 라임이나 언어 그 자체가 주는 느낌이 묘하게 음악의 한부분으로 느껴지고, 각 지역과 전통이 음악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을 더 잘 느끼게 된다.
음악을 듣는 이유가 아마도 '익숙함'을 벗어나려는 나의 개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의 일은 호흡이 길어서 권태에 빠지기 쉽다. 간혹 우울해지기 일쑤다. 질문과 그 나름의 답변 간의 간격이 너무 크고 길어서 다른 사람과 나누기도 힘들다.
내 첫 질문은 '왜 착한 이들은 힘들게 살까'였는데, 그 나름의 대화는 20년이 넘어서야 돌아왔고, 질문을 만들게 한 이는 옆에 없다. 벼를 보면서 가졌던 나름 가장 심오한 질문은 '표현력이 강한 형질은 후대에 잘 전달되는가'였다. 허문회 교수님과 함께 실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여쭤봤었다. 육종가다운 답변을 받았지만, 그 토론은 이제 혼자 이어가고 있다. '벼에도 성염색체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Dr Brar가 생전에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있다'며 미소지어 주고, 당신의 모든 논문 리프린트를 주셨다. 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평생동안 찾아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런 긴 호흡에 나라고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없을까. 그 사이에도 설익은 논문을 쓰지 않을 수 없고, 하기 싫은 수많은 잡무를 하게 된다. 음악은 나에게 비교적 저렴한 정신적 치료제다.
그런데, 아주 가끔 제목을 들춰보게 하는 곡이 불현듯 훅하고 들어온다. 나만의 명곡쯤이 되겠지.
Banco의 Leave Me Alone. 이게 오늘 갑자기 들리더라.
https://www.youtube.com/watch?v=6cwO0bvrr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