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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Dec 10. 2022

거래 불가 Jamiroquai VCD를 닦다

그러다가 문화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다


주말의 나에 대한 보상 중 하나가 음반 닦기다. CD에 곰팡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 일인데, 정신 수양에도 좋다.

그리고 닦으면서 행복한 추억에 잠긴다. 내가 이 음반 하나를 놓고도 그 음악뿐만 아니라, 그 음반을 들을 때 당시 내 생각이 난다.

음반은 사물이다. 컬렉션은 추억의 매체다.

이건 자그마치 VCD다. 심지어 Not for Sale, 보너스 VCD라서 거래도 불가능하다. Jamiroquai의 Little L을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클론이 Jamiroquai의 스타일을 따라 하고, 클래지콰이도 이 친구 이름을 따지 않았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1hHSH9sJUEo   


Jamiroquai는 이름처럼 음악도 짬뽕이다. 네이티브 아메리칸 추장(?)인가 했던 Iroquai를 기린 탓인지, 머리에 늘 뭔가를 이고 나온다. Jam은 말 그대로 뭐든지 다하는? 그래서 hybrid music, 즉 잡종 음악을 한 뮤지션이다.



당시에는 기존과 다른 시도를 하던 때다. '대안'이라는 alternative와 '변형'과 '잡종화'가 난무했다. 늘 있었던 현상이고 그것이 창작 분야의 일상이겠지만, 그런 것들이 주류 미디어에서 판을 쳤다.



그런 시기가 지나면 '복고'의 시대가 온다. 애써서 뉴트로니, 레트로니 하는 말을 붙이지만, 그냥 복고다. 어느 것도 그냥 과거의 것을 '고대로'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대로 가져오면, 잠시 '그랬어?'라는 반응이 올 따름이다.



엉뚱한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체계화된 사회에는 틀이 있고, 그 틀을 바탕으로 한 문화체계가 형성된다. 문화 체계는 가장 밑바닥에 깔린 정체성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고, 창작의 끝은 그래서 '재해석'으로 나타난다.



이런 재해석이 주류가 되는 문화 현상이 오면, 보통 그 사회는 늙은 셈이고, 수명을 다하곤 했다. 역사를 보면 그 뒤에 큰 체제의 변화가 오곤 한다.



세상은 종종 멈춰 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은 크게 바뀌는 것 같지만, 그건 찰나에 개인이 느끼는 감정 같은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우리가 정의한 많은 문제에 대하여 현재 과학기술들은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거대해진 재원과 시스템, 그 안에서 비과학적 결정 요인이 매우 중요해지고, 평가 요소가 키워드와 효과에 치중되기 때문이다.



사실 개별적 과학기술은 새로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수십 년을 필요로 한다. 일개 과학자가 그 맥락을 전부 통찰하여 설득하려면 매우 힘들다. 그런 사람이 나타난 사회는 복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천재마저 일개 영역을 이야기할 뿐이고, 그것은 과학자들도 사회 속에 살기 때문이고, 깨져야 하는 패러다임이 작동하는 '과학 문화'의 틀 안에 살기 때문이다.



이쁘게 생긴 VCD 하나에서 나온 생각의 실타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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