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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Jan 15. 2023

'농학과'를 아십니까

Vintage가 유행이라는데, 이름부터 그렇지 않나요?


대학 입학할 때, 학과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농학과를 가기로 마음을 먹고, 농학과 커리큘럼을 보았다. 당시의 농학과는 농대에 있던 16개(?) 학과와 전공의 대부분 학과의 개론 과목을 다 전선과목으로 해 놨었다. 농학과를 가면 마음만 먹으면 농대의 모든 학과 과목을 거의 다 섭렵(?)할 수 있던 것이다. 물론, 작물학이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학과 구성을 보면, 농학과, 원예학과, 농화학과, 농생물학과, 식품공학과, 축산학과, 임학과, 임산공학과, 농공학과, 천연섬유학과, 조경학과, 농경제학과, 농교육학과, 농가정학과 이렇게 있었다. 


이 중 작물산업에 해당하는 학과를 따로 뽑아보려고 했다. 명확하게 떨어져 나오는 학과는 농학과, 원예학과 두 개 학과이고, 다른 학과들은 고유의 산업 영역을 가진 것이라기보다는 작물 산업의 어떤 측면을 해석하는 학과라고 이해하였다. 


반면 공대는 그렇지 않았다.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건축공학과 등등, 딱딱 떨어지고 이해도 잘 되었다. 당시 내 생각에는 농대라는 단과대학이 공대의 한 학과처럼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잘 이해가 안 되었었다. 


한편에, 공대 학생들을 만나면 공부를 하는데 초점이 있어 보였다. 자연대 학생들도 그랬다. 물리학과면 물리학을 하는 것이고, 전자공학과면 전자공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농대 학생들은?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영역이 딱 떨어지지 않거나, 다른 단과대학에 이미 있는 어떤 교과목들이 약간 다른 이름으로 붙어 있었고, 내용도 그랬다. 


얼마 전 우리나라 지방거점국립대 농경제학과를 다니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농경제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농업을 거시적으로 이해하는 차원에서의 경제학으로, 환경과 자원의 관점에서의 경제적 해석이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특례입학이어서 어느 학과에나 도전할 수 있었던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농경제학과를 선택했었다. 


그런데, 4학년을 앞둔 지금, 농경제학과의 강의 내용과 경제학과의 강의 내용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차라리 경제학과의 과목을 더 들으면서, 복수전공을 하고 있는 농창업경영 과정을 통하여, 자기 스스로 적용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아들과 나는 27년의 간격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어떤 교감이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특히 농과대학에서, 다른 학문 분야와 차별화되는 어떤 유형의 정체성이 생겼을까?(아니면 없어졌을까?) 


서울농대가 관악으로 이전한 후, 서울대 농대 학생들은 재배와 필드 경험을 과거보다 훨씬 적게 한다. 작물 재배를 할 때, 굳이 도구나 기계를 운용하여 직접 작업을 할 필요가 없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하더라도, 대부분 이론과 생명과학 계열의 실험으로 농업을 바라보기 때문에, 대화를 할 때 간격을 느낀다. 


나는 졸업생 다수와 이야기를 해 보면서, 농대에 현재의 농업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농업 자체가 갖는 융합적 특성이 가져온 결과일까? 우리는 '미래 농업', '미래 식량'이라고 표현하는 영역에서, 다수의 농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농업에서의 위기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많은 적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미숙한 것을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대학 입학 당시부터 느껴왔던, 불분명한 경계가 유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을 앞두고 처갓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처형의 처음 질문이 '농학과가 뭐 하는 과예요?'였다. 막연히 작물학을 공부하는 학과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농학과'라는 이름만큼 멋있는 이름이 없다. 그때의 커리큘럼만큼 훌륭한 것도 없었다. 농업은 융복합 산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식물생산과학부', 또는 그 이외의 이름으로 작물학 중심의 학과로 정체성이 변화하였지만, 어쩌면 진정 현재와 미래의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융복합 인재는 과거의 '농학과' 체제에서 양성될 수 있을 지도. 


참고로 방송통신대학교는 현재도 관련 학과 이름을 '농학과'라고 한다.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성을 느낄 때, 대졸임에도 편입하는 분들이 많다. 농학과는 인기학과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다.


(혹시나 찾아보니, 농학과가 더 있다. 경상국립대도 있다. 충북대는 대학원에만 있는 것 같다.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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