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종과 스마트 기술의 전제 조건
기후변화가 걱정되니, 안정적인 농업생산을 위하여 스마트팜 재배를 하자고 한다.
내 소속도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우리 학과에도 스마트팜을 집중 연구하시는 교수님도 계시다.
그런데, 늘 핵심은 고수익의 안정성이다. 굳이 '스마트' 뒤에 '산업융합'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사실 내가 학교에 가기 전에도 붙어 있던 것이지만, 나중에 개명할 때에 떼지를 않았다), 아무리 스마트니 융합이니 해도, 모든 판단은 결국 안정적인 수익이기 때문이다.
품종을 개량할지를 결정할 때에도, 기업이 주도한다면, 당연히 필요한 수준으로 소비되는 작물에 대하여 해당하는 목표 형질을 획득하도록 개량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유전자 연구자들이 좌절한다. 실험실에서는 정말 멋있는 해결책 같은데,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성능을 보이지 않거나, 아예 해당 작물을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아서다.
국제벼연구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Sub1이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벼가 14일 침수가 되어도 수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단한 것이다. Science에도 실렸고 대대적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런데, Sub1을 도입한 품종들이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수량과 품질이 나아지지 않았다. (특별히 나쁘지도 않은 것 같지만).
그렇다면, 농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매번 침수와 홍수에 시달렸으니 당연히 그 품종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수많은 품종들이 개발되었어도 인상적인 수준으로 많이 심기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많은 이유가 있는데, 농민이나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도 수량성과 품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신품종이라면 무조건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품종을 교체하려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약 홍수가 5년에 한 번 온다면, 그냥 감수하고 말더라도, 품종을 애써 바꾸면서까지 골치 아프고 위험을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다. 상황이 좋다면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 주지 않을까? 그렇다면 평소에는 그냥 심던 품종이 좋은 것이다. 익숙하고 재배를 잘할 수 있는 자신도 있고. 심지어 벼를 탈곡하고 저장하고 판매하는 업자 입장에서는 꽃피는 시기가 조금만 바뀌어도 싫어하고, 도정 공장에서 쌀 도정률이 조금만 달라져도 싫어한다.
그러니, 신품종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보급하고 확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종자만 봐도 그러한데, 재배법을 바꾸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도 비슷한 영역이 많이 있다.
항상 생각해야 할 두 지점. '고수익'인가, '소득안정성'이 확보되는가.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는 신기술은 품종이든 재배방법이든 확산되기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