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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 Jun 18. 2020

유럽의 마트에서 만난 코로나 타임캡슐

코로나가 닥친 위기에 지금의 나를 기록하다.

오늘 아침에 장을 보러 갔다가 흥미로운 타임캡슐을 발견했다. 학교를 못 가서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마트의 작은 선물일까?

그러나 가격표를 발견해버렸다. 가격은 79센트. 한국 돈으로 1000원 정도 하는 가격이다. 처음엔 이런 것까지 준비하는 마트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인가 생각하며 종이를 펼쳐보았다. 그러나 그 몇 장 안 되는 종이 속에는 지금 코로나로 세상의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을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이 담겨 있었다.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이 타임캡슐은 천 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분명히 느껴졌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이들이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학교를 못 나가게 된 ‘나’를 기록하는 타임캡슐이다. 나에 대한 모든 것,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기록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 판데믹이 끝난 후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첫 번째는 무엇인가에 대해 적을 수도 있으며, 지금 자신의 감정에 대해 단어로 표현하고, 이 시기 동안 얻은 취미나 경험을 생각해 보게 이끌어 준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코로나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인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 쓰는 일기, 레시피북, 색칠 공부, 특별한 이벤트를 기록하는 일, 그리고 부모님을 인터뷰하는 것 등 다양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 깊은 질문을 소개하자면 부모님 인터뷰에서 지금 기억에 남는 순간과 가장 감사한 것, 그리고 홈스쿨링 방법(학교를 가지 못하는 나를 집에서 어떻게 교육하는지)인데 이 타임캡슐의 질문은 자녀가 질문을 하게 함으로써 어른들의 수고로움을 자녀가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이 순간 감사한 것을 자녀와 함께 공유하게 이끌어 간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몇 주간 락다운(모든 시설폐쇄, 이동제한령)이 시행되면서 전보다 거리나 공원에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서 놀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코로나로 인해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된 부모님과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안에서나 밖에서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뉴스를 보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싸우는 일이 잦아지기도 한다지만 지금 순간을 감사하며 각자의 타임캡슐을 적어서 보관해두는 방법도 현명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Stay at home”

지난 몇 달간 가장 많이 보고 들었던 말이다. 버스 광고에서도, 라디오에서도 심지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광고에도 이 메시지가 뜬다. 이 타임캡슐에서는 집에 머무르되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자택 근무나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일은 먼 세상의 이야기로만 들렸지만 갑자기 그 상황에 닥치면서 우리는 또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하고 능동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이 타임캡슐은 마트에서 합리적인 가격! 단돈 천 원에 살 수 있다. (광고아님)


그러나 직접 이 타임캡슐을 구매하지 않아도 우리는 직접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할 수 있다. 지금의 나의 모습과 감정들, 이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스스로 기록해보는 건 어떨까? 글도 괜찮고 그림도, 사진도 좋다. 저 타임캡슐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역사를 기록할 수 있다.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고,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함께한 순간을 기록하고,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거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절대적인 시간과 마찬가지로 현재 전 세계 모두 절대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상황을 비판하기보다는 현명하게 이겨낼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 보자!


You are living through history right now!
우리는 지금 역사 속에서 살고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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