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xx Jun 01. 2016

3. 영국의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

British Museum과 Tower Bridge 사이의 피쉬 앤 칩스

경주로의 수학여행, 미술관과 박물관 견학 과제, 아주 오래된 고택들의 모습 등  

누군가는 귀찮고 의미 없는 일들 혹은 억지로 하는 과제 혹은 쉬이 지나칠 수 있는 건축들의 모습 들은 나에겐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것들의 공통점은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리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들


그것들은 그 자체로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

그런 나에게 유럽여행에서의 고적들을 방문하는 것이나 유물들을 눈으로 보는 것은 관광객들의 의무가 아닌 나의 취향에 대한 의무였다.




버스에 내려 박물관을 찾아 걷던 길

여행을 떠나 올 때부터 몇 가지 꼭 가야 할 리스트에 있었던 영국박물관을 방문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박물관을 가는 길도 약간 헤매기도 했는데 그 헤매는 길 마저도 계속되길 바랄 만큼 눈에 담고 싶은 풍경들이었다.



가는 길의 날씨는 너무 좋았다. 약간 쌀쌀한 듯하면서 머리 위로 드리는 가만가만한 햇살이 좋았다.

내가 영국에 있는 5일 동안 딱 하루 몇 시간 빼고는 날씨가 대부분 좋았다. 비가 많이 오고 우중충하다던 영국이지만 우리는 운이 좋았다.

영국박물관을 다녀와서 느낀 것이지만 이런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기 위해서는 사전조사가 필수라는 점이다.  이 때는 오디오 가이드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 효과가 어제 다녀온 내셔널 갤러리와 비교했을 때 엄청났다.

그 넓은 곳을 뽈뽈 거리며 돌아다니면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다녔다. 이 유물이 이곳으로 흘러오게 된 배경과 어떤 의미를 지닌 유물인지. 원래의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억지로 뽑혀와 박제된 느낌과는 무관하게 전시된 유물들에 대한 경외감이 강하게 들었다. 나처럼 시간을 지내온 것들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지하부터 지상까지 다 둘러보고 싶었지만 한 층을 다 둘러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꼬마 아이들이나 10대 청소년 단체를 볼 수 있었다. 로비의 바닥에 엎드려 무엇인가를 쓴다던가 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줄을 맞춰 다닌다던가 하는 것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나는 무려 20시간을 날아와 5일 중 하루 아니 어쩌면 이제 또 오기 힘들 곳을 너희들은 학교 숙제로 몇 분 혹은 단 몇 시간을 왔겠구나.

햇살과바람 나무, 풍경이 된 사람들 완벽한 장면이었다

박물관을 나서는 길

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난간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갈 쓰고 있었다.

그 뒤 로보이는 커다란 가로수들이 햇살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때의 온도 바람 소리들. 잊고 싶지 않은 모습들 중에 하나다.







점심때가 됐다.

영국 하면 피쉬 앤 칩스. 피쉬 앤 칩스 하면 영국이니 여행을 오기 전부터 검색해 알아둔 피쉬 앤 칩스 가게로 갔다. 영국박물관과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역시 또 헤맸다. 그 헤매는 길들도 심하게 여행자스러웠다. 즐기며 걷기 딱 좋은 정도의 헤맴은 참 좋았다. 그리고 헤매면서도 기어코 발견하고야 마는 것,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된다.


영국 주택가와 가게들이 뒤섞인 지극히 영국스러운  거리에 조그만 가게가 있었다. 우리가 찾는 곳이었다. 작은 가게 앞에는 야외 테이블이 몇 개 있었고, 이미 그곳에 앉아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테라스 주위의 가로수들이 적당히 햇볕을 가리고 있었고, 나는 그 사이를 가로질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이 곳 저곳 둘러보았다. 현지인들의 생활이 크게 묻어나는 곳이어서 더 좋았다.


우리가 자리를 잡으니 빛나는 금발을 포니테일로 높게 묶은 웨이트리스가 와서 주문을 받았다. 18 혹은 19 아무튼 십 대로 보이는 소녀였다. 메뉴판에 주문을 하니 환하게 웃으며 주문을 받았다. 소녀의 금빛 머리칼처럼 환한 웃음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 안의 직원들을 구경했다. 금발의 웨이트리스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계속 말을 붙이는 또 다른 홀직원과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영국의 드라마 혹은 영화의 익숙한 장면 같아 웃음이 나왔다.

커다란 대구살 하나를 튀긴 피쉬 앤 침스와 병맥주와 환타가 나왔다. 일 인분을 두 명이서 먹는 거에 부족할까 고민했지만 음식이 나오자마자 그 고민을 거뒀다. 매우 매우 넉넉한 양이 었고 이 한 접시를 둘이 나눠먹고 몇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옆 테이블의 영국인들은 한 사람 당 한 접시였다. 체급이 다르니 들어가는 양도 다른가 보다.




런덧브릿지역으로 향했다.

너무 잘 먹은 탓인지 배에서 신호가 왔다. 공중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갑작스럽게 배가 아프니 당황스러우면서도 일단 배가 너무 아파 생각할 틈도 없이 런던 브릿 지역에 내리자마자 화장실을 찾았다. 급박한 순간이었다. 지하철 화장실의 환경이 왠지 못 미더워 꽤 먼 곳까지 화장실을 찾아 나섰던 것 같은데 그 시간 동안 온갖 생각을 다 했었던 것 같다. 유료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런던 브릿 지역 바로 근처 버로우 마켓으로 갔다. 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면 역시 현지의 시장을 가보는 게 최고일 것이다.

채소 과일 고기 등을 팔면서 간단히 먹을 음식들도 팔고 있었다. 북적거리는 분위기나 영어로 팔고 있는 것들을 설명하는 푯말들도 특별해 보였다. 허기가 져 어느 곳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낮은 팟타이를 사 먹었다. 성공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실패한 맛은 아니었다.


영국 하면 떠오르는 저 유명한 브릿지를 보기 위해 런던 브릿 지역으로 왔는데 도무지 런던의 브릿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헤매며 와이파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인 폰의 지도를 들여다봤지만 알 수가 없어 버로우 마켓에서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영국의 그 브릿지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영국의 브리지?"

"네! 런던 브리지!"

"???"

"런던 브리지!!"

"아하 타워브리지!"

이런 식의 대화였다. 타워브리지를 런던 브릿지로 잘못 알고 콩떡같이 물어본 질문에 그 친절한 영국인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타워브리지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었다.

런던 브릿 지역에서 타워브리지를 보기 위해 걸어갔다. 튜브나 버스를 타면 괜히 더 헤맬 거 같아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걷는 것보다 정확한 건 없다 라는 생각은 맞았지만, 체력의 한계는 생각하지 못했다. 가다가다 너무 지쳐 어딘지 모를 빌딩 사이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너무 힘들어서 집 생각이 간절했다. 드러누워서 바라본 하늘에는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저 비행기에 타고 집으로 갔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타워브리지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이 곳까지 와 며칠 안돼서 돌아가고 싶다니 벌떡 일어나 집으로 가려는 마음을 반성이라도 하듯이 셔터를 마구 눌러대며 사진을 찍었다.


고단한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역시나 역방향 버스를 탈 뻔했다. 하도 역방향 버스를 탈 뻔해 신경을 곤두세운 탓인지 올바른 버스를 타면 나오던 음성안내방송 목소리와 리듬이 아직도 생생하다.

"twenty four to pimlico"


숙소로 돌아와 라면을 끓여먹었다. 술을 먹지도 않았는데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역시 자극적인 게 최고다.

매거진의 이전글 2. Londoner와 Lundon 뚜벅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