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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Sep 12. 2016

5. 안녕? 파리-(1)

한시도 두근거리지 않는 날이 없었던 파리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넘어와 하룻밤을 자고 주렁주렁한 짐들을 내려놓고 어제와는 다르게 간편한 차림으로 숙소를 나왔다.

처음 파리에 도착했던 어제,

파리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것과는 다르게 파리에 발을 내딛자마자 펼쳐진 파리의 느낌은 두려움이었다.

미리 이곳을 다녀왔던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경고를 들었던 터라 (파리에서 캐리어를 도둑맞은 친구도 있다.) 연신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이러한 첫 느낌은 무엇보다 파리의 공공시설들이(그래 봤자 어제 본 것은 기차역과 지하철의 개찰구 )  풍기는 분위기가 미디어를 통해 접해오던 범죄가 일어나던 그곳과 너무 유사해 보였던 탓이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숙소에 도착하고 어쩐지 맥이 탁하고 풀리는 기분이었고, 다음날 아침까지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향한는 거리

숙소는 시내까지와는 거리가 꽤 있었고, 퍽 조용했다. 사실 너무 조용했다.  이 곳에 일주일 가량 머물렀는데 숙소 근처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본 게 손에 꼽았다.

 

문을 열고 달리는 파리의 지하철

숙소에서 파리 중심부로 향했다.

잊을 수 없는 파리의 지하철 풍경이다.

파리 첫날 까르네를 사고 본격적인 파리의 지하철의 이미지는 상당히 미로 같았고, 우리나라 지하철에선 맡아보지 못한 냄새에 당황했으며, 그 모습은 '전쟁이 나서 지하로 어딘가로 대피한다면 그곳이 바로 여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냄새와 지하를 비추고 있는 음침한 불빛과 탁한 공기 회색빛 그 외엔 아무것도 없는 듯 한 그곳의 색깔

그리고 내가 가본 파리 그 어느 역에도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걸로 보아 아마도 파리 지하철은 에스컬레이터가 아예 없거나 적은 게 분명한데 그런 이유로 짐을 바리바리 쌓오는 여행객들에겐 힘든 대중교통이겠거니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내 몸만한 캐리어를 가져가서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아예 캐리어를 들지도 않고 캐리어바퀴와 계단이 쾅쾅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왔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파리의 지하철 중 내가 느낀 가장 큰 문화충격은 파리의 지하철은 창문을 열고 달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하철에도 창문이 있었고 , 실제로 한국 지하철 창문을 보며 저것이 실제로 열린다는 상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곳에선 창문이 열려 있었다! 열고 달리고 누구 하나 닫을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음침한 지하철의 불빛을 받으며 파리 중심부로 갈 때까지 내 시선은 줄곧 창문에 매달려있었다.



예술가들은 왜 이곳에 모여들었을까

 -몽마르트르

'파리'

그 이름 자체만으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

파리에 도착해 처음으로 향한 곳은 칭송받는 예술가들의 삶이 있었던 몽마르트르였다. 첫 장소를 이 곳으로 설정한 것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가 나에게 심어준 환상 때문이다. 주인공 길처럼 나 역시 그 당시 파리에 머물렀던 예술가들에게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 들이 메인무대였던 곳에 가보고 싶었다.


몽마르트르와 가까운 Anvers역에서 내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기념품샵들을 지나 이 곳이 맞는지도 모르고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이윽고 루이스 미쉘 광장(Square Louise Michel)이 나타났고, 정면으로 보이는 것들에 시선을 빼앗겨 이리저리 둘러보며 오르다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고개를 드니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Basilique du Sacré-Coeur)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초롯색 잔디와 맑은 푸른 하늘, 하얀 성당의 조합이 눈 부셨다.


성당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많은 관광객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이 몇몇 무리를 지어 있었다.  그들은 누가 봐도 조심하라는 여러 충고가 있었던 경계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매치기와 물건을 강매를 한다는 그들이었지만, 곳곳에 제복을 입은 경찰들도 보여 어느 정도 마음 놓고 둘러볼 수 있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보고 올라가 뒤를 돌아보면 눈 앞에 파리 시가지의 전경이 나타난다.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왜 이 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몽마르트르에 와 이 전경을 본다면 그 누구라도 이 곳을 떠나기 힘들 터였다. 절로 노래가 나오고, 시상이 떠오르며, 이 풍경을 그림에 담고 싶어 지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림엔 소질이 없는 나는 현대 기술의 힘으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눈에만 담을 순 없었다. 한국에 가서도 두고두고 보고 싶었다. 카메라에도 담고 내 눈에도 담으면 된다. 일단 찍고 보자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서도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현실감이 없어지는 풍경이었다. 덕분에 오는 동안 지하철에서의 충격도 넘어갈 수 있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둘러 내려가기로 했다. 성당 근처에는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들과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햇살이 쨍하고 내리쬐는 날씨였다.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던 사람들은 성당이 만든 그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성당 꼭대기에 걸쳐져 있는 햇빛이 그 모습을 살짝 비추고 있었다. 누가 연출해 놓은 상황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성당을 뒤로하고 걸어내려 갔던 길은 내가 상상한 유럽을 보여주었다. 테르트르광장(Place du Tertre)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사실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내려가다보니 그 많던 관광객들은 흩어지고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산한 곳에 와 있었다. 가는 곳마다 그림이다. 마치 나와는 다르게 길쭉길쭉한 유럽인이 자전거를 타고 바게트를 꼽고 지나갈 것만 같은 거리였다. 오르막 길과 계단이 많아 그러기엔 쉽지 않아 보였지만 파리하면 상상했던 모습이라 어쩐지 자전거와 바게트가 등장할 것만 같았다.


런던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건물들과 거리였다. 모던한 런던과는 달리 파리는 좀 더 섬세한 느낌이었다. 장식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파트들만 빼곡했던 우리나라와 다르게 거주자의 손때가 묻어나는 이 건물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저기에 사는 사람들은 저런 꽃으로 장식해놨구나 이 건물 창틀은 옆에 있는 곳이랑 달라 이 곳 문은 이렇게 생겼네!" 새로운 것을 보는 설렘으로 목소리가 한 톤 쯤 높아져 있었다.




좀 더 걷자

 - 콩코르드 광장과 샹젤리제에서 개선문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걸으면서 보던 사소한 것들에서 더 감동을 느끼면서 이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곧바로 개선문으로 올라가 파리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곳까지 가는 거리엔 뭐가 더 있을지 궁금해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선문까지 쭉 뻗은 거리를 걷기로 했다.

콩코르드광장(Place de la Concorde)에서 보이는 오빌리스크와 에펠탑

콩코르드 광장은 파리 중심부에 있는 광장이다. 샹젤리제 거리와 루브르 사이에 있는 광장으로  이 곳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으로 갈 계획이었다. 거대한 오빌리스크과 에펠탑이 한눈에 보였다. 처음으로 보는 에펠탑의 모습이었다.  마치 잡힐 듯 보이는 에펠탑에  흥분해 연신 감탄사를 외쳐댔다.


이곳에 도착하자 정오쯤 되어 기온이 올라가 약간 더웠지만 괘념치 않고 걷기로 했다.  파리 어디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선문까지 이어진 샹젤리제를 걸으며

콩코르드 광장에서 뒤로는 루브르를 왼쪽으로는 센강을 끼고 샹젤리제를 걸었다. 걸을 수록 햇빛은 따가워지고 몽마르트르와는 다르게 주위는 온통 화려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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