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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Oct 02. 2016

5. 안녕? 파리-(2)

한시도 두근거리지 않는 날이 없던 파리

5월의 파리 한 낮거리는 햇빛이 쨍쨍했다.

가늠하고 간 거리가 아니라 그저 걷기 쉽겠다 하여 걷게 된 끝도 없는 것 같은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가며 머리에 태양을 이고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가 없으면 안 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공기는 우리나라 같은 습도가 없어서 쾌적했고 온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았다.

백화점과 상점들이 있는 샹젤리제 거리로 접어들었다. 쭉 뻗어있는 길에 개선문이 저 멀리서 모습을 보였고,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파리의 거리와 공원들의 풍경은 정말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땅에 떨어진 쓰레기 찾아보기 힘들었고 나무들은 모두 각이 잡혀 있었으며 건물들도 외관도 모두 비슷비슷해 보였다. 직선으로 뻗은 샹젤리에를 걸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곳 같았으면 길을 헤매기 딱 좋아 보였다. 

영화에서 보아왔던 그런 파리의 거리였다. 중학생 어느 음악수업시간에 배웠던 '오 샹젤리제'를 흥얼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여러분 제가 샹젤리제를 걸어요 제가 이곳에 왔습니다!' 



그 유명한 라 뒤레 라는 프랑스의 마카롱 가게가 보였고 여러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려니 가게로 손님을 끌기 위한 호객행위가 천지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명품점과 백화점이 있는 곳이라 그랬는지 호객행위도 우아했다. 웨이터복을 점잖게 차려입고 그저 한 번 물어보고 아니면 쿨하게 보내주는 식이었다.

그들이 동양인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말은 Are you chinese? 이거나 Are you japanese? 였다. 지분율이 거의 8:2 였을까 그렇다 Korea는 없었다. 이때는 내가 중국인으로 보이나 라며 당황했지만 우리가 백인들을 보면 대부분이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듯 이 곳 사람들은 동양인을 보면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몽마르트르에서 바라본 파리와 개선문에서 바라본 파리

발이 아파 올 때쯤 저 멀리였던 개선문이 가깝게 보였다. 그 모습은 생각보다 웅장했고 맨 꼭대기에는 관광객들이 개미떼처럼 모여있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도 곧 저곳에 올라갈 예정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굉장했다. 아치를 바치고 있는 기둥에 새겨진 조각들이 정말 정교하고 생동감 넘쳐 보였다. 눈높이에서 아치를 향해 목을 젖히고 바라보다 뒤로 넘어질 뻔했다. 깡촌에서 처음 도시에 상경한 그런 이의 눈으로 어리둥절하면서도 신기하게 그곳을 바라보았다. 

개선문을 올라가는 계단은 나선형으로 되어있는 살짝 비좁은 계단이었다. 가까에서 더 거대하고 웅장했던 것을 잊었다는 듯이  당차게 계단을 올랐지만 끝도 없이 나오는 계단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줄 알았다. 마치 약간 고문을 받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는데 뒤에서 계속 사람이 오고 있고 뒷사람이 나를 앞지를 만큼의 공간이 있는 게 아니었기에 나는 힘들어도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올라가면서 찍은 저 사진은 그 당시 이런 나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상만사 왜 충만한 행복감은 고난한 고통 뒤에 더 달게 느껴질까 참 궁금한 일이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간 개선문의 나선형 계단이 끝나고 건물 로비 같은 공간이 나와 이제 끝났나 보다 했지만 중간 지점이었고, 그곳에서 한 템포 쉬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쉬지 않고 스쿼트를  100개 정도 한 것처럼 허벅지가 아파왔다.

마침내 빛을 보고 개선문의 꼭대기에 올라 샹젤리제를 걸으며 개선문 꼭대기에 개미처럼 보이던 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난간으로 다가갔다. 난간은 내 눈높이보다 위에 있어서 난간 앞에 있는 턱을 밟고 올라서야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구조였다. 그곳에 매달려있는 많은 사람들 틈에 자리가 나자 나도 그들처럼 턱을 밟고 난간을 잡고 올라서서 샹젤리제를 바라보기 위해 올라섰다.


개선문에서 바라본 샹젤리제거리

이건 정말 사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거리들과 나무들 그리고 사람들이 보였다. 촘촘하게 박혀있는 건물들도 보였고 계단을 올라오느라고 송골송골 맺혔던 땀을 날려주는 시원한 바람도 느껴졌다.

몽마르트르에서 파리를 내려다보는 것과는 다른 감동이었다. 몽마르트르에서 파리를 보는 것은 마치 끝없는 사막을 걷다가 저 멀리 보이는 사막의 마을을 보는 느낌이었고, 지금 개선문에 올라와 바라보는 파리는 사막의 마을에 도착해 마을 중심에 위치한 오아시스를 찾은 그런 기분이었다. 

심장이 벅차오르는 게 이런 것이구나 어쩐지 코 끝이 찡해졌다. 


개선문에서 보이는 에펠탑

자리를 바꿔 오른쪽을 바라보니 맙소사 에펠탑이 눈에 보였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거리가 360도로 펼쳐져 말 그대로 난 파리의 중심에 있는 것이었다. 



개선문에 올라서서 내가 얼마나 흥분을 주체 못 하였었냐면 저 에펠탑을 보고 여기에서 에펠탑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에펠탑은 마치 손에 닿을 듯했고 몇 걸음만 걸어가면 저곳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개선문에서 에펠탑까지 걸어가는 고행을 선택했다. 



-에펠탑 가까이

어느 공원에서 본 에펠탑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에펠탑만 보고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콩코르 광장에서 여기까지 거의 10km 넘게 걸었던 것 같다. 발은 아파왔고 에펠탑은 코앞이었지만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에펠탑이 보이는 어느 작은 공원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숨을 고르고 다리 통증이 가라앉으니 주위 풍경들이 보였다. 근처에는 팔을 괴고 책을 보는 사람, 가족들과 놀러 온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에겐 평범한 일상이지만 내 눈에는 여행 화보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다리가 아팠지만 그래도 체력이 남아있었던지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에펠탑과 얼굴이 같이 나오게 하기 위해 열심히 점프해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 결과 이 날의 에펠탑과 찍은 사진은 위의 사진에서 간신히 점프해서 프레임에 걸어놓은 내 얼굴이 전부였다. 에펠탑은  다음날을 기약하며 맛보기로 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돌아섰다. 오늘은 파리의 첫날이고 앞으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시간은 많았다.




여름이 다가오는 파리의 해는 참 늦게 진다.  해가 늦게 진다는 것은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어 집에 들어가서 쉴만한 시간인데도 할 일을 찾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퐁피두센터로 갔다. 그리고 노트르담 성당도 갔다. 

자세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지만 무리한 여행의 끝에 너무 힘들었으므로 도저히 체력이 안되어 간단히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 날 하루 만에 

몽마르트르-개선문-에펠탑-퐁피두센터-노트르담 성당

을 모두 섭렵하였다. 

에펠탑 이후에는 사실 영혼이 빠져나가 보는 게 보는 것이 아니었지만, 아직 해가 쨍쨍했고 이대로 숙소에 가기 아쉽다는 생각에 무리를 했다.

한국인들이 유럽에 오면 정말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업무를 처리하듯이 여행한다는 말이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먼 동양에서 유럽까지 오기에는 큰돈과 많은 시간이 필요한 정말 일생의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여행 방법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의 교훈은 미친 여행의 끝은 골병뿐이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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