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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Dec 04. 2016

6. 켜켜이 쌓인 시간에 보내는 찬사(2)

녹음이 넘실대던 파리의 센느강 

-튈르리 공원의 열기

루브르 피라미드를 등지고 정면을 향해 걸어갔다.

루브르를 나오기 전 그 북적이는 카페테리아에서 종이지도를 펼쳐 에펠탑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센느강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에펠탑이 나오니 어제보다는 수월하게 걸어서 가지 않을까 싶었다.


유럽 5월의 태양은 장소를 이동할수록 강렬해졌다.

영국에서의 기분 좋을 만큼의 햇빛이 프랑스 파리로 넘어오니 내 정수리를 때렸다. 한국의 더위가 사람을 녹아내리게 만든다면 이 곳의 더위는 태워 재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루르브와 콩코르드 광장을 연결하는 튈르리 공원은 파리의 왕실의 잘 재단된 조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 곳의 이름마저 튈르리 공원이다. 이름마저 튈르리인 이 곳 은보라 빛 꽃들이 초록의 정원과 함께 햇빛을 받아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튈르리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이 곳에서 본 색들이 같이 연상된다. 하늘의 푸름, 정원의 녹음(綠陰), 보랏빛의 꽃들과 나뭇잎 사이의 빛의 색들

이 곳은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가는 곳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북적북적하고 봄의 햇빛이 만드는 아지랑이의 파리였다.

오후가 넘어가자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에 사람들은 입고 있던 옷가지들을 벗어 들었고, 나 역시 겉옷을 벗고 풀고 있던 머리를 묶었다.

이 정원은 규모가 큰 정원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이곳에서 내가 상상한 파리의 화려함을 느꼈다.

그 옛날의 이 곳을 거닐었을 사람들이 느꼈을 파리의 풍족함, 화려함,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는 듯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는데 하나같이 더위와 장시간의 박물관 투어 때문에 지쳐있는 표정이었지만 주위 배경이 나의 그런 살짝 지쳐있는 표정까지 시선을 두게 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빌리스크가 보이는 분수대 같은 곳에서 외쳤다.


-으아 발이 너무 아파 도저히 못 걷겠다. 우리 여기서 쉬었다 가자 


잠시 쉬기로 했다.

분수대를 빙 둘러앉아있는 사람들의 곁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이전 영국에서의 공공장소에서 저렇게 의자에 앉아 쉬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했었기에 우리는 쭈뼛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페이 표시판이 없어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몇 시간 만에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수 있었다.

내 옆의 흰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 역시 의자에 털썩 앉아 멍하니 분수가 나오지 않는 분수대의 물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서 동행이 찍어준 내 옆모습은 마치 파리지앵이 편하게 쉬는 것처럼 느낌 있게 나왔지만, 사실 난 너무 많은 땀을 뺀 지쳐버린 관광객이었다.



-에펠탑으로 가는 초록길



콩코르드 광장에서 본 에펠탑
부르봉 궁전과 우연히 걸린 인물이 파리스럽다

콩코르드 광장에 나와 바로 콩코르드 다리를 건너 센강을 따라 걷기로 했다.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혹시 그곳이 그곳 같을 까 봐 그 나라의 국기가 보이면 꼭 찍기로 했는데 이 곳에서 마침 여러 개의 프랑스 국기가 걸려있었다.


카메라를 드는데 앞에 지나가던 사람이 같이 걸려 누가 봐도 파리스러운 사진이 되었다. 지나고 보니 에펠탑이 나온 사진보다 왠지 더 파리스러워 좋아하게 된 사진 중 하나다.


콩코르드 다리에서 본 센강

그 이름만 들어도 세상 낭만이 다 깃들어있는 것 같은 파리의 센느 강.

가까이에서 본 센느강은 낭만이라고 하기에는 탁하고 더러워 보였다. 회색빛의 강. 확실히 빠지고 싶지 않은 강이다.

환상을 가지고 이곳에 오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을 만큼이었지만 그럼에도 센느강과 그 위를 지나는 배들, 강 주위를 빙 두르고 시간을 담고 있는 건물들.

아름다운 곳이다.


5월에 파리에 온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끝없이 걸어가면서 힘들고 지쳐도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따듯한 날씨와 싱그럽게 출렁이는 초록들이 있었다. 이 곳을 그냥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지나쳤더라면 이 계절의 파리를 놓쳤겠지란 생각이 든다.


지쳐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고 정신이 나간채로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우리 앞으로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그림 같았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너무 자세히 얼굴이 나온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앞으로도 슬로우모션으로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는 수많은 관광명소를 볼 때 보다 그곳의 일상을 볼 때가 여행의 가장 특별한 순간이 된다.


센강을 따라 저곳을 걸을 때 이후 너무 지쳐서 카메라를 들 힘도 없어 아무런 사진이 없다.

그리고 에펠탑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에펠탑 모형을 사기 위해 길거리에서 흥정하던 보따리장수들과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을 본 파리의 경찰이 쫓아왔을 때,

뭣도 모르고 도망가던 보따리장수들이 우리 보고 따라오라는 말에 같이 경찰에 쫓겨 도망갔을 때도 그때는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나 너무 지치고 힘든데 이거 사겠다고 경찰에게 쫓겨 달아나고 있는 건가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감정들은 사라지고 그랬었지 하며 웃게 된다. 같이 갔던 동행과 아직도  토크박스에 나가도 자신 있다며 그때의 경험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그때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미소가 나온다.  

이 날 파리의 하루는 유럽여행 중 힘들었던 날에 베스트로 꼽히지만, 그만큼 그때의 여행을 회상할 때 빠지지 않는 날이다.

걷고 또 걸었던 파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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