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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Apr 05. 2016

봄을 보다.

겨울을 견딘 그대에게


우리 집 아파트 앞 골목길의 가로수는 벚꽃이다.

골목길의 모습과 어울리게 벚나무들의 크기도 앙증맞기 그지없다.

이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만 옮기면 골목길보다 조금 넓은 2차선 도로와 골목길이 맞닿은 작은 사거리가 펼쳐진다. 그 사거리의 중심에 서서 오른쪽을 바라보면 그림같이 커다란 벚꽃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언제나 봄이 되면 큰 나무와 이어진 수십 개의 가지에 연분홍 벚꽃이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핀다. 특히 이 아름다운 벚나무의 모습이 절정일 때는 이른 아침 출근길 혹은 등굣길에 반쯤 모습을 드러낸 햇살과 같이 할 때이다. 집 밖으로 조금만 발걸음을 내딛여도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연의 피조물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골목길의 벚나무에 봉오리가 움트고 있다. 이제 곧  사거리의 그림 같은 벚나무에도 꽃이 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살결에 닿는 바람이 따뜻해지고 있다. 일주일 전 까지만 해도 옷을 뚫고 들어오는 오싹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었는데 오늘은 날이 참 좋다. 그리고 언제나 반복되었듯, 아무것도 없이 추워 보이기만 하던 나뭇가지에도 꽃봉오리가 움트더니 회색 아파트 화단에도 하얀 앵두꽃이 피었다. 코막힘, 재채기와 알러지를 가져오는 계절이지만 봄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다.


날이 따뜻해져 얼마 전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러닝머신보다는 옮기는 걸음에 따라 풍경이 바뀌는 산책로의 운동을 좋아한다. 산책로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발이 닿는 모든 곳에서 봄을 본다. 첫 운동을 나왔던 날엔 스산하고 메말라있던 풍경이 이젠 하나 둘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렸나 보다. 너무 앙상해 죽은 나무가 아닌 가 했던 가지에서도 여전히, 매년 그러했듯이 꽃이 피려고 하다니, 새삼 생명의 부지런함에 감탄한다.


요즘 이력서를 쓰고 있다. 이제 졸업을 해서 백수 혹은 취준생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 중간고사 준비를 하며 봄을 봤을 때와 자소서를 쓰며 봄을 보는 것의 느낌은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에서 보던 스산한 겨울 풍경이 봄으로 바뀌니 내내 움추러들었던 몸과 마음도 들뜬 기분이다. 이제 막 새로 깨어나고 있는 것들에게 기운이라도 받는 것 같은 요즘이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등굣길에, 막막한 미래에 우울한 취준생의 학원가는 길에, 매일 반복되는 일에 지친 직장인의 출근길에도, 봄이 찾아왔다. 다가온 봄을 보며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이 기운을 얻었으면

그리고 겨울을 견뎌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봄이 기다리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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