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감상하는 마음

by 큐휘

멍하게 하늘을 보곤 한다. 언제부터 하늘을 보는 버릇이 생겼나? 꽤 오래된 것 같다. 적어도 십 년...?!


새벽에 일어나 물 마시러 주방에 가면서 창 밖으로 동트는 하늘을 본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고개를 들어 나무와 빌딩 사이 펼쳐진 하늘을 본다. 청소를 하려 창문을 열 때, 일을 하다 잠시 쉬는 사이, 해 질 녘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하늘을 보며 숨을 돌린다. 마치 밥 먹고 양치를 하는 것처럼 하늘을 보며 하루의 사이사이 쉼표를 찍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다.


하늘을 볼 때면 산만했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꽉 끼는 속옷을 입은 것처럼 뭔가 불편했던 몸도 홀가분해진다.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편안하고 행복한 기운이 몽글몽글 구름처럼 떠오르곤 한다.


일을 하다가 마음이 꼬일 때가 있다. 빨리 끝내야 하는데 끝이 안 보이고, 내 뜻대로 하고 싶은데 상대방은 나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 한다. 욕심만큼 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도 버거운데, 타인의 따끔한 비판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쉽지만은 않다. 사람의 뇌는 칭찬보다 비판을 다섯 배 이상 잘 기억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사람의 마음이 꼬이는 것은 예삿일이지만, 되는대로 살다 간 마음이 꼬이다 못해 망가질 수도 있으니 조심할 수밖에.


그럴 땐 밖으로 나간다. 광활한 하늘에 얽히고설킨 생각들을 풀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의치 않는다면 창창문을 열고 숨을 돌리는 것도 괜찮다. 이것은 일종의 명상과도 같다. 하늘을 보는 동안 호흡이 깊어지고 근육이 이완된다. 굳어있던 얼굴이 풀려 표정도 온유해진다. 이렇게 하늘과 얼마간 시간을 보내면 이전과 다른 상태가 된다. 좀 더 온전해진 상태, 본래의 나로 회복된 상태. 남 탓을 하거나 조급해하며 불평했던 것이 나의 좁은 시야에 갇혀있었기 때문이었음을 알아채곤 피식 웃는다. 그리고 나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해 준다.


때로는 스케치북이나 캔버스에 하늘을 그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이 내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언제나 같은 하늘이지만 시공의 변화에 따라 다른 빛을 품는다. 또 하늘을 유랑하는 구름들의 형태도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매일 봐도 흐뭇하다. 새털구름, 양털구름, 뭉게구름... 그중에서도 핑크빛이나 살구빛을 머금은 새벽과 저녁의 구름들은 반할 만큼 아름답다.



'이렇게 하늘이 예쁘다니, 세상은 분명 아름다운 곳이야.' 하늘을 그리면서 아름다움과 행복감을 더 풍부하게 느낀다. 하늘의 드넓은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고 뭉글뭉글 구름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에 젖기도 한다. 마음이 한가한 구름처럼 가벼워지고 하늘처럼 투명해지면 그림 그리기는 성공이다.


그러니 정말 다행스럽고도 감사하다. 언제나 고개를 들면 변함없이 내 마음을 받아주는 하늘이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매일의 일상을 감상하듯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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