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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르보르 Jun 27. 2023

비 오는 아침엔 숲으로

아침부터 비가 왔다. 요 며칠 아침에 집 뒤의 산에 올라 그림을 그리고 도시락을 먹고 산책도 즐기고 있다. 비가 오니 산에 가지 말고 집에서 아침 루틴을 시작해 볼까? 하다가 아니다 싶었다. 빗소리를 녹음하고, 비 내리는 숲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벽 6시도 되기 전 집을 나섰다. 5분이면 산 앞 공원에 도착한다. 마침 지붕이 있는 벤치가 보였다. 녹음기를 켜고 벤치에 앉아 비 내리는 공원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자세를 잡고 앉지 않아도 저절로 명상이 되었다. 빗소리와 함께 싱그러운 공기가 몸속을 채웠고 잠시 생각 없이 빗소리를 들었다. 비가 내리는데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과 꽤 잘 맞는 듯하다.


녹음을 마치고 산 둘레길로 들어섰다. 나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뭐지? 드문 드문 우산을 들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둘씩 짝을 지어 나온 분들도 계셨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다. 비 오는 새벽의 숲을 거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흔했다. 다만, 내게 이 경험이 처음이기에 특별하게 느껴진 것뿐이었다.


비 내리는 숲의 공기와 촉감을 느끼며 걷다가 카메라를 켰다. 비 내리는 숲을 찍는 느낌이 신선하고 좋았다. 햇빛이 반짝이는 아침의 숲도 좋지만 촉촉한 공기가 담긴 비 내리는 숲에는 특유의 신선함과 빗소리의 차분함이 담겨있어 좋았다. 마침 정자가 있어 정자에서 보이는 경관을 오랫동안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새들이 나무 사이를 날아다녔고, 사람들도 내 앞으로 지났다. 비가 와도 아침 산책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산책자의 마음이 그냥 이해가 되었다.


나에게 아침에 산에 오른다는 것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의식이자, 하루를 소풍처럼 즐기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비가 와서 조금 다른 하루를 시작한 오늘은 언제나처럼 그림을 그리고 요리를 하고 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지만 오늘 하루에 담긴 이야기와 느낌의 빛깔은 그 어느 날과도 달랐다.


내일이라는 하루 또한 또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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