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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르보르 Jun 26. 2024

유리 알 일상

매일 아침 고양이들의 대소변을 정리하고 물그릇과 밥그릇을 새로 채우며 시작하는 하루. 깨끗한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창문을 열어 새로운 공기를 맞이한다. 요가 매트 위에서 슬렁슬렁 몸을 꿈틀거리다가 반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에 주의를 모은다. 반 시간 남짓, 명상을 하고 오늘의 할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어나가는 일상. 그 단순하고 별일 없는 일상을 얼마나 애착했던 것일까.


 세상은 작은 나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무수한 조건에 따라 변화하며, 이 세상 어느 것도, 심지어 ‘나’라고 부르는 존재 자체도 내 것이 아님을 배웠지만, 미지의 곳을 향해 달려가는 변화를 막고 싶을 때가 있다. 이를 테면, 나이가 들어 쇠약해지고 병드는 몸,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인연들, 멸종해 가는 동물들과 점점 더워지는 지구 환경 등.


 내 손으로 막을 수 없는 불안정한 환경들을 받아들일 만한 나이가 되었지만, 기후위기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 섬뜩하다. 빙하가 녹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매장되어 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탄산과 메탄이 흘러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지구의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게 된다고 한다.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할 시기가 수 십 년, 아니 수년 안에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지금의 평화로운 일상은 ‘휘’하고 바람이 불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얇은 유리 막 안의 몽글한 꿈과 같은 것처럼 여겨졌다. 


 2500여 년 전, 열반에 든 붓다는 세계의 진실을 ‘무상 고 무아’로 설했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변화하는 모든 것은 불안정적이고 불확실하며 불만족스러운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고정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탐욕 없이 청정한 마음으로 관찰한 붓다. 붓다는 그러한 존재의 현실을 직면하고도, 아니 직면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흔들림 없는 내적 평화로 깨어난 것일까? 자기 안의 모든 욕망과 욕구를 비워내고 고통을 변화로 관조하며 내면의 힘, 평정과 자비를 깨워냈던 붓다를 감히 상상해 본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과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타자들의 노고 덕에 먹고 쉬고 활동하며 영위해 가는 일상. 이 평범한 일상을 위해 많은 생물들이 희생되었음을 이해한다면, 안락한 삶에 대한 탐욕은 누그러지고, 그저 겸허히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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