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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르보르 Jun 29. 2024

지금 이대로 좋다

지금 이대로 좋다.


지금 이대로 모두 좋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세계는 크고 작은 갈등과 문제들로 그득하지만, 그런 불안정적이고 불확실한 세계를 두려움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힘. 그 힘이 깊숙한 곳으로부터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불완전한 세계의 모든 것들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들끓고 있고 욕망은 충돌하며 세계는 어디로 갈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것이 세계의 실상이라면 그것 그대로를 인정하는 수밖에.


인정하면 묘하게 편안해진다. 갈등 대신 다시금 지금 이 순간의 생명을 충만히 느끼고자 하는 의지가 발현되는 것이다. 코나투스의 발현이란 이런 것일까? 그래서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한 것인가?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고양이들의 밥과 물을 챙겨주고 다시금 새로운 것들에 접속하며 새로운 그림과 새로운 사유를 시작할 것이다.


행복이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체가 창조한 인식의 구성물이자 느낌의 집합체이듯, 불행 또한 인간중심적인 좁은 틀에서나 존재하는 편협한 낱말일지 모른다. 지금 현재를 기꺼이 생성하겠다는 코나투스의 발현 속에서 행복과 불행 너머의 생의 의지가 솟아오른다. 모든 생명에 깃든 생의 의지. 그 힘들의 명멸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은 의미와 가치 너머의 무엇으로 반짝인다.


어떤 상황도 차별없이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지금의 우주, 이대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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