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돌아오는 7월의 어느 저녁,
미풍이 우리 시공의 모든 것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발걸음은 천천하고 가벼웠으며,
나무들에 매달린 잎사귀들은 여느 때보다 평범하게 떨리고 있었다.
문득,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그 사라짐으로 인하여 새로운 것이 시작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도 붙잡지 않아도 어떤 것을 기대하지 않아도
삶은 있는 그대로 괜찮지 않은가.
더 이상의 행복을 바랄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더 이상의 행복을 상상하기보다,
지금 그대로 흐르는 모든 것과 있는 그대로 함께 하는 것이
더 편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평범한 것, 그것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평범한 것은 특별하지 않아도 그대로 충분한 것이고 그대로 고유한 것이다.
고요하고 담담하게 직조되는 하루의 어느 순간,
문득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떠올랐다.
오늘만 살 것처럼 충만하게,
영원을 살 것처럼 여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