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노래 한 곡에 대해 써라

음악 영화가 너무 많아졌다.

by 왕민아


어느 뮤지션이 불렀는지, 도대체 제목이 뭔지는 몰라도 재생했을 때 손뼉 한 번쯤 탁 치면서 그 곡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전주라든가, 도입부 보컬이라든가, 아니라면 후렴구와 함께 세트로 유명한 기타 사운드도 있고. 여기서 말을 꺼내려는 곡은 그 뮤지션의 대표 곡이 되었지만 공연에서는 들을 수 없다. 작년에 나도 그들의 공연을 봤지만 '당연히' 그 곡은 들을 수 없었다.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떼창으로 유명한 곡이라고 해도.

2년 전 겨울이었고, 크리스마스 한 주쯤 전이었다. 여차저차 우연히 가게 된 자리에서 만난 그 사람도 알고 보니 음악 취향이 비슷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다. 잠시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자카야 스피커에서 재즈 편곡 버전으로 Radiohead의 'Creep'이 나오고 있었는데 좀 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곡이니까, 그냥 그 사람이 마침 돌아와 앉던 차에 "이거, Creep 나오네요."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나중에 듣고 보니 여러 부분들과 함께 내가 스피커를 손으로 가리키며 했던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이 나를 좋은 여자라 생각하게 된 거였다. 지금에서야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건 뭔 영화 같은 매력 포인트인가 싶었다. 난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길고 긴 이야기는 제쳐두고서라도, 잠시 만났지만 결국은 '아닌 게 된' 사람이 됐다. 거절 못 하는 내 성격의 골치 아픈 말로였겠지만, 어쨌든 다른 거 다 떠나서라도 그 사람의 음악 취향과 내 음악 취향은 그 한 곡이 끝이었나 싶은 생각도 했다. 이 글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니까, 순전히 성격과 그 외 모든 걸 떠나서, 스피커를 가리키던 그 날 이후로 며칠 정도를 빼고는 음악에 대해서도 별 할 말이 없었다. 오가는 음악도 없었고, 나눌 음악도 없었다.


꿉꿉한 여름에 서서 사그락거렸던 겨울을 기억해보게 됐다. 어제도, 오늘도 끊임없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란 건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 건지. 음악도 생각인 거다. 그 사람의 음악에서 그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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