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가장 좋아하는 와인

소주를 가장 좋아한다.

by 왕민아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사실 없다. 와인을 즐겨 마시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래도 물어본다면 그나마 대답하는 건 '달지 않은 와인' 정도다. 와인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와인이 궁금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주위에 와인을 간간이 즐기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면 싶은 마음이 제일 정확한 마음.

최근에 와인에 대한 기억은 세 개. 지난해 여름에 계획했던 부산행이 급작스럽게 좌절된 밤에 좀 화가 나는 지점이 있어서, 아쉽기도 한 마음에 씩씩거리면서 새벽에 편의점에 갔을 때였다. 주종을 바꿔보려고 물었더니 와인이라고는 하나도 없대서 매화수나 겨우 사와서 스트링 치즈 뜯어가며 마셨던 게 첫 기억이다. 두 번째 기억은 제일 마지막으로 만났던 애가 선물받은 두 병을 가져와서는 직접 구워준 스테이크랑 한 병 마시고, 치즈 한가득 사와서 또 한 병 마셨던 두 회차의 기억. 마지막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부산에서 올라와서 캐리어를 끌고 바로 갔던 '무악재 아지트' 오라버니들께서 까주셨던 좋은 와인의 기억. 마지막 기억의 와인 맛이 제일 좋았다. 달지 않은데 그렇게 시큼하지도 않고 적당히 맛있게 떫은 향.

와인이든 뭐든, 무슨 술이든 두루 궁금해하는 사람이 좋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그래서 흔하고 친숙한 소주며 맥주는 물론이고, 와인이든 전통주든 사케든 뭐든 고루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마음. 친구든 뭐든 그런 사람 한 명 있으면 꼭 좋겠다. 당연히 좋은 남자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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