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당신이 좋아하는 반려동물의 성격

사람인지 동물인지, 무던하고 투박해 멋진 당신.

by 왕민아


개보다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안 타잖아" 같은 말을 하면서 고양이를 키우기 쉬운 동물이나, 혼자 내버려둬도 괜찮은 '편한' 동물로 생각한다. 일단, 그건 결코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러니까 제발 그런 생각들은 좀 안 했으면 좋겠고.

고양이들의 기본적인 성향과 내가 좋아하는 성향이 잘 맞다. 특별히 유난스럽지 않지만 필요한 정은 많고, 조용하고 깔끔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뚝뚝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한참 잘못 짚은 거다. 종 불문, 색깔 불문, 생김새 불문, 내가 아는 동물들 중에 그들보다 사랑스러운 동물은 없다. 하는 행동이며, 표정이며, 그 촉감이며, 어떤 상황에서든 지나치게 사랑스러워서 어떻게 조물조물해야 좋을지 늘 어쩔 줄 몰라하며 고민이다.

정말 기분 좋게도 우리 집에만 네 마리의 표본이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제일 아끼는 고양이는 셋째 '콩이'. 네 마리 모두 그렇듯 한국 고양이('코숏'이란 말을 우리 애들에게 하려니 뭔가 모르게 간지러워서)이고, 진한 노란 빛의 털을 가졌고, 남자 야옹이인데다, 두 달이 더 지나야 겨우 두 살이 되는 애기가 콩이다. 네 마리 모두 언제나 어쩔 줄 모를 만큼 사랑스러워서 다 좋지만, 우리 가족 셋 모두 시기별로 돌아가며 '1위'가 바뀌는 거다. 내가 콩이를 요즘 부쩍 1순위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멋있는 무던함 때문이다. 아 무던한 쾌남, 고양이라는 말을 빼고 이야기한다면 누군가는 내 이상형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왼쪽이 무던한 쾌남 '콩이', 오른쪽이 그의 여동생인지 누나인지 모를 '예쁜이'


첫째 고양이 '나리'가 먹는 의료용 사료가 있는데, 나머지 셋도 어쩐지 다들 그 사료를 먹어보려고 탐낸다. 그 브랜드 사료는 다 맛있다더니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다들 탐내는 그 사료를 나머지 '비환자' 셋이 먹으려 덤비면 엄마가 좀 밀어내거나 분리한다. 그 사료는 비싸기 때문에 네 마리 모두에게 수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밀어내도 콩이는 삐치거나(고양이도 명백히 삐친다) 서운해하거나, 울거나 다시 사료그릇에 머리를 드밀지도 않는다. 잠시 망설임도 없이 그저 고개를 돌려 일반 사료를 차곡차곡 깨 먹을 뿐이다. 뭘 하든 이렇게 무던하다. 무뚝뚝한 게 아니라 딱 좋을 만큼 무던하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나오는 걸 엄마가 붙잡고 모래를 털든, 어쩌다 다른 고양이랑 장난 치다 걸려서 꾸중을 좀 듣든, 어떤 상황에서도 무던하다.

무던하다고 애교가 없을 거라고 앞서서 추측해 버린다면, 그건 큰 오해이자 오류인 거다. 진한 노란 털 뭉치 같은 '우리 콩이'가 누워서 슥슥 보여주는 애교덩어리 몸짓이란. 특히 어딘가에 기대 눕는 걸 좋아해서 내 다리를 자주 베고 누워있는다. 반바지를 입는 요즘 같은 날씨면 맨 살에 닿는 야옹이 털이 아주 그냥 황홀의 털 뭉치가 된다, 보들보들 부들부들.

아주 멋진 신사 같은 남자의 면모도 많고, 용맹스러운 면모도 많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이들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지루할까 싶어, 이 멋진 남성의 이야기는 이 쯤으로 끝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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