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그녀의 비밀스러운 집착

반듯하지 않아 섹시한 그대들

by 왕민아


집착도 아니고, 비밀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저 비밀스러운 집착 비슷하게 좋아하는 게 뭔지 묻는 질문 같아서, 그리고 '비밀'에 '집착'까지 더해지니 굳이 '남자'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흰 셔츠 입은 남자를 좋아한다. 내가 입는 것부터 좋아하는 옷이 바로 새하얀 셔츠. 드라마에서 결벽증이 있어 수시로 옷을 갈아입는 재벌 2세 남자 주인공이 드레스룸에 쭉 걸어놓은 흰 셔츠들을 보면서 늘 설렌다, 부러워서. 그러니까 이건 거의 예외가 없다는 거다. 웬만하면 흰 셔츠 입은 남자는 항상 좋다. 이건 뭔가 설명할 거리도 없을 만큼 명확하구나 싶다. 셔츠는 조금 편한 복장으로 입어도 갖춰 입은 분위기를 낸다. 우연히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옷을 무턱대고 대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갖 인기가 좋다는 것들을 마냥 갖다 붙이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옷을 그저 '걸치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거다.

남성의 다양한 머리들 중에서도 손으로 쓸어 넘기는 머리를 조금 더 좋아한다. 머리를 손질하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손으로 쓸어 넘기는 머리를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관리하기가 꽤 어려운 머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든 그건 어려운 머리다. 관리하기도 어렵고, 자연스럽고도 멋들어지게 소화해 내기도 어렵고. 어쨌든 일단 좋아하는 거니까, 그냥 좋아하는 머리라는 거다. 나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겠지만, 언제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정 불변의 남자 머리 일 순위는 '깐 머리'라고들 하는 머리인 건 사실이다. 별 건 아니고 이마를 드러낸 머리를 좋아한다는 건데, 그 다음으로 두근거리는 머리가 바로 포괄적인 의미의 이 머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남성의 신체 부위인 걸로 알고 있는 게 발목인데, 나라고 별 수 있을까. 꼭 어떤 식으로 생기고, 아킬레스건의 거죽이 얼마나 들어가고, 힘줄이 어떻게 드러나 있느니, 그런 걸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런 것들까지 생각한 적은 없고, 그저 남성의 발목이란 건 참 아름답구나 생각한 시간이 더 많았다. 정확히 어떻게 설명하긴 어쩐지 어렵다. 내 기억으로는 '아름답다'는 말을 마음 속으로 좀 했던 것 같다.

그렇잖아도 요즘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유행 같은 것이 되어서 말하긴 괜히 그렇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요리하는 남자의 정갈한 손톱과 손을 참 좋아한다. 더 정확하게는 '요리를 업으로 삼은' 남자라고 해야겠지만 꼭 직업으로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좋다. 음식을 만드는 남자의 손과, 그 손에 묻어나는 마음가짐은 내가 손에 꼽는 몇 섹시함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 섹시하다는 건 그렇다, 우선은 아름답다는 말이다. 가장 뚜렷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야 하기에, 매일의 일로 음식을 만드는 남자의 손을 떠올려주기를 부탁한다. 그 손만 갖는 정갈함이라는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직업들 중에 가장 정갈해 보였던 손은 의사의 손과 요리사의 손이었는데, 그 둘의 손은 또 각자 다른 정갈함을 보여준다. 의사의 손이 어딘가 담백하고 창백한 정갈함을 품고 있다면 요리하는 사람의 손이 띠는 정갈함이란, 적어도 거짓말을 한다거나 꾀를 부릴 것 같진 않은 느낌 쯤이다. 저 사람의 말은 허투루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아닐 것이고, 지나치게 소란스러운 사람일 것 같지도 않겠다 싶은 거다. 군더더기 하나 없지만 메마르진 않은 손과, 바싹 다듬어 단단해 보이는 손톱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한다. 참,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요리를 한다는 건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것 역시 나에게 대단히 큰 매력으로 온다.



이런 것들은 세상의 다양한 남성들을 보면서 그저 아름답구나 생각하는 것들일 뿐이다. 어딜 가서 이런 이야기가 나와 말을 꺼내게 되면 다들 내가 저것들을 두루 갖춘 남자를 찾는 걸로 생각하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건 엄청난 오산이다. 그동안 내가 매력을 느낀 남성들은 저런 것들 하나 없어도 각자 충분히 멋있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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