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될 건 그냥 모르는 게 좋다.
• 뭔가를 같이 먹으러 가서 늘 "괜찮아요 뭐든지!"라고 외친다. 그중에서 몇 번은 사실 '뭐든 괜찮'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나는 뭐든 일단 다 잘 먹으니까.
• 질문 506*번과 연결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본가에 잠시 내려왔을 때. 물론 대상은 엄마.
• 예전에 "너는 내가 왜 좋아?"라고 묻는 어린 그에게 잘 대답했다. 대답보다는, 둘러댔다.
• 그저 '남자'의 범주 안에 넣을만한 사람 정도였다. 그런 '아는 오빠'랑 처음 술을 마실 때였다. 그래서 그랬다. 술 좋아한다더니 못 마시네 하는 말에 "어우 아니에요 잘 못 마셔요" 하면서 꺾어 마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저속으로 꺾어 마셨다. 친한 언니가 잘 했다더라.
• 애교 없냐며 좀 보여달라고 찡찡 대며 먼저 애교를 보여주던 어린 그에게 "없다니, 애교는 얼마든지 많지만 내가 애교를 보이게 네가 만들어"라는 말을 했다. 애교는 충분히 있다. 그저 '엄청나게' 많진 않은 거다.
• 술자리를 끝내고 헤어질 때 상대방이 딱 좋다며, 우리 딱 맞게 마시지 않았냐고 그보다 더 경쾌할 수 없는 질문을 할 때 나도 세상 경쾌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한 적이 많았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그중에서 한두 번은 '딱 좋은' 건 아니었다.
• 2년 전 겨울에 만난 자분자분한 그에게 거짓말인 줄 모르고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이면서도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은 그 말을 한 날에 그와 시작했다. 그 말은 아마 "좋아요" 쯤 되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질문 506 :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깨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