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아기야,
너의 부모는 오래전부터 입양에 관심이 있었단다.
아이를 낳기 전의 엄마는, ‘지켜진 아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은 어색한 마음이 들었어.
어찌 지켜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버려졌다면 그것으로 끝 아닌가,
좋은 어른을 만나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사회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때의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어.
어쩌면 ‘지켜졌다’는 말이
현실을 덮는 미사여구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불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너를 품고, 낳고,
그리고 낳은 뒤의 시간을 지나오며
엄마는 조금씩 알게 되었어.
열 달을 품는 일,
낳는 일,
낳고 나서 젖이 도는 일,
어지러움과 끝없이 이어지는 오로,
온몸에 남은 쥐젖과 짙어진 착색들.
아기를 품었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몸,
어미의 몸은
어느 하나도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는단다.
마치 새끼를 품었다는것을 영원히 기억하라는 듯이.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너를 보았어.
그러면 조금은 견딜 만해졌어.
나도 모르게, 정말로 그랬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이토록 영롱한 결실인 아기조차 곁에 없다면,
그 처참하고도 긴 회복의 시간을
사람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하고.
그제야 알겠더라.
아이를 두고 온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젖이 차오르고 있는데,
몸이 아직 열 달을 기억하고 있는데,
배와 마음이 아직도 아이를 품고 있는데,
그 아이를 두고 돌아선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찢어 놓는 일인지.
그러니 그들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지켜진 것이 맞겠구나,
엄마는 이제 그렇게 생각한다.
아기야,
네가 살아가다가
그런 삶을 지나온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부디 그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신이 자신을 대신하여 보낸 어미가
곁에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을 쉽게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아이가 자라오기까지
어딘가에 남겨 두고 온
한 줌 한 줌의 어미의 마음들이 있었을 것이다.
너는
그 마음들까지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마음이 헛되지 않도록
조금 더 소중히 대해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삶은 언제나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정,
말해지지 않은 마음,
드러나지 않은 슬픔이
사람의 삶 속에는 늘 숨어 있다.
아기야,
사람을 볼 때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보려 애쓰는 사람이 되렴.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중요한 것을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엄마는 그것으로 충분히 기쁠 것 같다.
모든 이들의 곁엔 신이 존재한다.
그것을 기억하고 마주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