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
아기야,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명문대를 나온 우리 애 같은 사람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인물 아닌가요?”
그 말을 듣고
엄마는 한참을 생각했단다.
이 지구를 이끌어 가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닐까.
매일 지루한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
같은 자리를 지키며
같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
그렇게 하루를 이어
세상을 멈추지 않게 하는 사람들.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
그 앞에 설 수는 있겠지.
하지만 정말로
커다란 것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수레의 바퀴를 무시하거나
닳아 없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바퀴가 떨어져 나가면
수레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잘났음을 증명하기 위해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지 않는다.
세상은
몇 사람의 뛰어난 머리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반복되는 하루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것이 현명함이야.
아기야,
매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책보다 먼저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같은 일을 해내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견디는 법을 배우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결국 무엇이 남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인류는
언제나 그렇게
함께 살아가며 앞으로 나아가 왔다.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혼자 해낸 일은 없단다.
아기야,
네가 살아갈 세상에는
이 단순한 진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누가 더 뛰어난지,
누가 더 앞서 있는지,
누가 더 빛나는지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말들 말이다.
하지만 잊지 않았으면 한다.
빛은
혼자서는 오래 빛날 수 없다는 것을.
너의 이름의 뜻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혼자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빛날 길을 찾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기야,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렴.
그리고 너 또한
어떤 자리에 서게 되더라도
반복되는 일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일이 짜릿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담담히 알고
그래도 한 걸음씩 내딛는 사람.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가끔 찾아오는 찬란한 순간들을
조급해하지 않고
온전히 맞이할 수 있게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