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일기

내게도 돈이 소중한 이유

by 마음을 닮은 집

미혼이던 시절에는
월급을 받으면 가족들을 위해 크게 한 번씩 쓰는 날이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효도라고 믿었다.
작은 월급이었지만, 그 안에서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리는 내가
꽤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남편과 함께 가계부를 쓰고,
아이를 낳고 보니
어째서인지 아직도 부모님께 받는 것이 더 많다.

지금껏 받은 은혜도 다 갚지 못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빚이 더 커져만 가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서늘해진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할 때마다
꿈처럼 떠올려보는 장면이 있다.

아빠가 좋아하는
묵직하고 멋진 픽업 트럭을 사드리고,
창고같은 상가가 아니라 당신 이름이 적힌 사무실 건물을
하나 지어드리는 날.

만약 복권이 된다면
제일 먼저
삼각형 땅인 우리집 앞의 과수원을 더 사서
커다란 정원을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상상을 늘 했다.

목수이자 건축 일을 하던 아빠가 고르고 고른 작은 자투리 땅 위에 지은 집.

우리 집에서
내 방이 가장 컸고,
그다음이 오빠 방,
그다음이 거실과 주방이었다.

부모님 방은
가장 작고, 가장 냉한 곳에 있었다.

그 마음을 받고 자랐으니
나는 언젠가
더 큰 무언가를
부모님께 돌려드리고 싶었다.


지금도 내가 학위와 자격증을 더 갖추려 애쓰는 이유는
경제적인 여유를 갖기 위해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데, 나는 부모님 덕에 다 가진 듯 한데 ,

나는 아직 젊다.
좋은 것을 가질 날이 많다.
내 아이에게도 그런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능력있는 아이로 키울것이다.

그런데 부모님께는 그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그래서 조금 서두르고 싶다.

내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넉넉해지면
그 안에서 부모님을 위한 자리를 언제든 내어드릴 수 있을 테니까.

필요하실 때 망설임 없이 손을 보탤 수 있고,
그들이 병들고 아플때, 사느라 고민하는 대신
그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조용하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누구에게 맡길지, 어디로 모셔야 할지
그런 말이 오가지 않도록.

그저
내가 곁에 있으면 되도록.

그러려면
시간도, 돈도
조금은 넉넉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늦둥이라
시간이 조금 더 촉박하니까.

그래서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나는
그것을 위해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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