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딸의 일기
남편을 보고 있으면 가끔 아빠가 떠오른다.
여전히 철없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을 보며
우리 아빠는 남편보다 더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되었겠구나, 생각한다.
아빠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을 텐데.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아빠가 무엇을 원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엄마는 조금 아시는 것도 같다.
아빠가 좋아한다며 음식을 사거나 물건을 고르기도 하니까.
그래도 아빠는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아빠를 닮은 나를 돌아보며 문득 생각한다.
아빠는 원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원하는 것을 생각해볼 시간조차 없었던 걸까.
마음껏 가져본 적이 없어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게 된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인지 나는 괜히 남편에게 더 잘해보게 된다.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라고 말하고,
아주 작은 것만 해줘도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남편에게 건네는 이 마음들이
어딘가를 돌아
아빠에게도 스며드는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
젊은 아빠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깊어진 주름과 백발이 다시 청년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해봐도 된다고,
우리는 아빠를 믿고 응원하고 있다고.
매일 닭목만 드시던 아빠가 떠올라
남편에게 다리를 양보해본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어디서 받은 사랑을, 지금 어디에 건네고 있는 걸까.
내일은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