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수산시장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에 이미 시작됩니다.
바다는 조용하지만,
시장은 이미 하루치를 살아내고 있죠.
강원 휴 바다편에서
주문진은 항구이자 시장,
그리고 사람의 생활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바다입니다.
이곳에서는
달력이 아니라 어판장이 계절을 알려줍니다.
봄에는 도다리와 참가자미가
겨울을 잘 견뎌냈다고 말하고
여름에는 오징어와 문어가
새벽을 분주하게 만들며
가을에는 꽁치와 고등어가
바다의 살을 채우고
겨울에는 도루묵과 대게가
주문진을 주문진답게 만듭니다.
“지금 뭐가 좋아요?”
이 질문 하나면
계절 설명은 끝납니다.
주문진이 ‘최고’라 불리는 이유는
규모나 관광객 수 때문이 아닙니다.
바다에서 시장까지의 거리가 짧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 짧습니다.
여기서는
상인이 먼저 먹는 법을 알려주고,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다를 배웁니다.
주문진을 걷다 보면
비린내보다 말 냄새가 먼저 남습니다.
“이건 오늘.”
“이건 내일.”
“국물은 이렇게.”
시장 끝에 다다를 즈음이면
생선보다
사람의 얼굴이 더 기억나는 곳.
그래서 주문진은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현장으로 남습니다.
장사항에서 항구의 숨결을 느꼈다면
남애항에서 경매의 열기를 보았고
주문진에서는
바다를 살아내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가 됩니다.
주문진의 바다는
오늘도 파도를 내어주고,
사람들은 그 바다를
삶으로 건져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