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작아서 더 오래 보는 제비꽃

by 원 시인

제비꽃 — 작아서 더 오래 남는 봄

:낮은 곳으로 임하는 보랏빛 기사, "나를 생각해 주세요"

깽깽이풀의 화려한 보랏빛 유혹이 지나간 자리,

강원도의 길가와 들녘 어디서나 고개를 내미는

가장 다정한 이웃이 있습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때쯤 피어난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제비꽃입니다.


이름에 담긴 민초의 삶: 오랑캐꽃과 씨름꽃

제비꽃은 그 강인한 생명력만큼이나 많은 이름을 가졌습니다.

꽃 뒷부분의 꿀주머니가 오랑캐의 머리채를 닮았다고,

혹은 식량이 떨어진 보릿고개에 오랑캐들이 쳐들어올 때쯤 핀다 하여

'오랑캐꽃' 불리기도 했지요.

또 두 꽃을 서로 걸어 잡아당기며 놀았던 아이들에겐 '씨름꽃'이었습니다.

이처럼 제비꽃은 우리 민초들의 고단한 삶과

늘 함께해온 '민중의 꽃'입니다.


꽃말: "겸손"과 "나를 생각해 주세요"

제비꽃의 꽃말은 ‘겸손’입니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지 않고

늘 대지를 향해 살짝 숙인 그 자태 때문이지요.

또한 서양에서는 ‘나를 생각해 주세요(Think of me)’라는

애틋한 뜻도 가졌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기에, 허리를 굽혀 자세를

낮추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지혜롭고 겸허한 꽃입니다.


작가의 시선: 낮은 곳의 보석

작가님이 포착하신 제비꽃은 화려한 정원의 꽃들보다 당당합니다.

특히 잎이 돌돌 말려 고깔을 쓴 듯한 고깔제비꽃은 마치

소중한 소식을 품고 온 숲의 전령사 같습니다.

아스팔트 틈에서도, 거친 바위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보랏빛을 잃지 않는 그 생명력은 우리에게

'어떤 환경에서도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다'

고 위로를 건넵니다.


"제비꽃은 말합니다. 높이 오르려 애쓰느라 발밑의 보석을 놓치지 말라고.

오늘 길가에 핀 작은 제비꽃 한 송이 앞에 기꺼이

무릎을 굽힌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봄의 주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