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에게

by 원 시인

지금의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조금만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 사이 수없이 바빴고,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둔 마음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기록하고 있고
여전히 사진을 들고 걷고 있다.


누군가와 소주 한 잔이 그리운 날도 있고
말없이 이해받고 싶은 저녁도 있지만
그 마음마저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움은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지금의 나는
완벽하지도, 여유롭지도 않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등을 돌리지는 않고 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고
한 문장을 붙잡고 오래 머무를 줄 알고
사진 한 장 앞에서
시간을 멈추는 법을 배웠다.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오늘의 나는 조용히 다짐한다.

잘하면 빨리 가겠지만
좋아하면 오래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까.

지금의 나에게
오늘도 잘 버텼다고
그리고 아직 괜찮다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20230923_075056.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귀포시 표선면 토산포구에 본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