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골, 원시림을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갖다.
홍천강은 미약골에서 시작된다.
바위틈 사이로 자라는 관중과 숯가마의 흔적,
그리고 하늘을 향해 선 촛대바위가 속삭인다 — “여기서 다시 시작하라고.”
나는 홍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이 강의 시작점을 정말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경주와 양양, 제주에서 사계절을 기록하며 책을 쓰던 시간도 소중했지만
진짜 나를 다시 만난 건,
바로 이 미약골이었다.
홍천강의 첫 숨결이 시작되는 곳.
이 고요한 원시림 속에서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숲길을 따라 들어선 미약골은
그 이름처럼 약하고 여린 골짜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웅크린 채 수천 년을 살아낸
고요한 힘의 산실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숯을 굽던 가마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산에서 나무를 베어 연기 속에 태우던 사람들의 숨결이
아직도 이 바위와 흙 사이에 남아 있는 듯하다.
봄이면 이끼와 양치식물이 바위틈을 타고 피어난다.
특히 관중(貫衆).
연둣빛 이파리와 보랏빛 꽃이 어깨를 기대듯 군락을 이루는 모습은
말없이도 생명을 말한다.
그리고 골짜기 끝,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선 촛대바위가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다
한 여인이 바위가 되었다고.
그 전설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 앞에 서면,
숨이 멎는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가슴속에서 무언가 하나가 내려앉는다.
나는 오래도록 그 바위 앞에서 서 있었다.
마치 내 안의 그리움이
그 바위와 같은 자세로 서 있는 듯했다.
미약골은 홍천강의 시작점이다.
그러나 나에겐
이야기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물소리는 작지만 멈추지 않고,
바람은 느리지만 길을 만든다.
이 계곡에서 나는 배웠다.
“깊은 산이 품은 고요는,
결국 다시 흐르는 물이 된다.”
다시 오르고, 다시 내려오며
나는 조금씩 내 마음을 씻었다.
미약골은 단지 ‘계곡’이 아니라
숨겨진 생명의 골짜기다.
그곳에서 시작된 강처럼,
『홍천 휴』의 다음 이야기도
이제 조용히 흘러간다.
“당신도 지금, 마음속 깊은 골짜기를 지나고 있진 않나요?”
당신의 오늘도, 휴(休)가 되기를.
– 휴(休)를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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