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서 진부령을 넘기 전,
차를 잠시 세우고 내려다보면
계곡이 마을을 감싸 안듯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이 소똥령(소똥고개).
옛날 이 고개는 소를 몰고 넘나들던 길이었고,
비가 오면 미끄러운 길에 소똥이 남아
자연스레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투박한 이름과 달리,
이곳의 풍경은 사계절 내내 정갈하고 단정합니다.
여름, 진부령에서 내려온 물이 마을을 살립니다
소똥령 계곡의 물은
진부령에서 내려온 계곡수입니다.
차갑고 맑아, 한여름에도 손을 담그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식습니다.
이 계곡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가꾸고
여름철엔 소규모 피서지로 열리고
과하지 않게, 소란스럽지 않게 운영됩니다.
그래서 더 좋습니다.
튜브보다 돗자리,
확성기보다 물 흐르는 소리가 먼저인 곳.
아이들은 돌을 고르고,
어른들은 그늘에 앉아 시간을 식힙니다.
숨은 관광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이유
소똥령은
‘어디까지 왔다’고 말하기보다는
‘지나가다 멈추게 되는 곳’입니다
도로 옆 작은 휴게 공간
내려다보이는 계곡과 소나무 숲
마을 사람들이 만든 산책길과 쉼터
관광지라기보다
마을의 일상에 여행자가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는 구조죠.
그래서 이곳은
단체보다 혼자가,
소비보다 체류가 잘 어울립니다.
겨울, 이 길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집니다
겨울의 소똥령은 조용합니다.
눈이 쌓이면 계곡은 소리를 줄이고,
소나무와 돌담, 마을 지붕 위에
하얀 숨을 얹습니다.
진부령 설경과 이어지는 이 풍경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겨울입니다.
차를 멈추고
잠깐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겨울 여행의 한 장면이 완성됩니다.
고성에서 홍천으로 돌아오는 길
고성 바다에서 하루를 보내고
하늬라벤더팜을 지나
소똥령에 잠시 시선을 두고
진부령을 넘어 홍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소똥령의 계곡을 내려다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