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휴, 바다 위에 서 있는 서낭바위에 기도하다.

by 원 시인

서낭바위에 소원을 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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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 해수욕장 옆,
파도가 가장 먼저 닿는 바위 하나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사람들은 그 바위를 서낭바위라 부른다.

이 바위는 우연히 서 있는 풍경이 아니다.
수만 년 동안 파도와 바람이 깎고,
균열을 따라 남은 단단한 핵이 기둥처럼 솟아오른
동해안에서도 보기 드문 해안 기암 지형이다.


지질학적으로도 귀한 자료로,
‘남은 것’이 얼마나 강한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하지만 이 바위가 특별한 이유는
돌의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해가 바다 위로 올라오는 새벽,
사람들은 이곳에 선다.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으고,
어떤 이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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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들은 이곳에서 굿을 치르고,
어부들은 무사 안녕을 빌었으며,
여행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소원을 하나 내려놓고 간다.


서낭바위 위에 자라는 작은 소나무는
바람을 피해 자란 것이 아니라
바람을 견디며 자란 모습이다.
그래서 이곳은 풍경이 아니라
기도의 자리에 가깝다.


조금만 걸으면 송지호가 있고,
바로옆에는 작은 포구 오호항이 있다.
배가 드나들고, 물길이 숨을 고르듯 이어지는 곳.
바다·호수·마을·사람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고성의 단면이다.


이 바위를
고성의 상징적인 전망대가 아니라
고성이 사람을 품어온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다.

크게 말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될 순간이
조용히 시작되는 자리.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오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