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장유정
해외에 가는 비행기를 타면서 항상 하는 각오가 있다.
밀렸던 일을 꼭 마무리하는 해보자...그리고 영화는 절대 보지 말아야지...
굳센 각오에도 불구하고 역시 식사를 시작하면서 보기 시작한 영화는 식사를 마친 후에도 여지없이 끝을 보게된다.
2018년 5월 미국 학회를 가면서 우연히 보게된 <부라더>라는 한국영화.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유쾌한 영화 였고, 또 전달하고자 하는 <가족> 이라는 메세지를 잘 보여준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한 장면은 보던 내내 웃던 나를 멈추게 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마당에 앉아 일을 하는 남편을 바라보고 있다.
할머니는 남편을 몰라보고 뉘시냐고 물어본 후에 이어서 말한다.
"한가지 물어봅시다."
" 혹시... 내가 자식이 있었나요?"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머리가 멍 해지면서 할머니의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자식이라는 존재마저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비극적인 질환
"치매"
내가 아들의 이름을 기억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들이 있었는지도 기억을 못한다면...
특히 치매환자 뿐 아니라 그 가족이 겪는 고통도 매우 심한데 영화에서는 남편이 부인에 대해 느끼는 안타까움과 괴로움이 고스란이 드러난다.
실제 치매환자 가족의 스트레스는 의대생이 시험기간중 받는 스트레스와 비슷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치매 뿐만아니라 파킨슨병이나 뇌혈관질환으로 장기간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할 가족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고, 많은 수의 가족들이 우울, 불안, 사회적 격리, 좌절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는다.
초고령사회로 급격히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가 증가하는 문제와 함께 간병을 해야 하는 가족이나 사회적 지지시설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마동석,이동휘, 이하늬 라는 인기있는 젊은 세 배우가 포스터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에게 이영화에서 감동을 주는 것은 전무송과 성병숙과 같은 중견 연기자들의 묵직하고 울림이 있는 연기였다.
심심풀이로 보기 시작했다가 웃음과 잠깐의 섬뜩함이 교차되면서 가족과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준 그런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