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 John)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한 영화에서 만난 가냘픈 몸매에 사슴 같은 푸른 눈을 가지고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던 금발의 서양 미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렸었지요. 당시 유행하던 코팅 책받침에 그녀의 사진이 들어간 것을 사서 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올리비아 뉴튼 존은 존 트라볼타와 같이 찍은 영화 <그리스>로 잘 알려져 있죠.
그러나 제가 그녀를 만난 것은 다른 영화였습니다.
주말마다 TV 앞에 앉아서 영화를 보던 어린 시절 우연히 본 "재너두(Xanadu)"라는 영화는 그야말로 띵작이었습니다. 80년에 만들어진 영화 <재너두>는 지금 보면 여신이 지구에 내려와 남자 주인공을 성공하게 한다는 왕유치한 내용입니다. 그래도 롤러스케이트와 디스코, 뮤지컬 등 그야말로 80년대의 모든 문화를 담은 영화였고, 아주 멋진 OST 곡들이 등장하지요.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올리비아 뉴튼 존은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로서 더 유명합니다.
그녀는 70년대 초반 <Let Me Be There>, <Take me home country road>, <Bank of the Ohio> 같은 컨트리 뮤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후 조금 더 스탠더드 팝스러운 곡을 거쳐 77년 그녀의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라디오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노래는 지금은 아마 영화 <에비타>에서 마돈나가 불렀던 곡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당시에,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올리비아 뉴튼 존의 노래를 더 좋아합니다. 컨트리 가수가 맞나 할 정도로 애절하고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려주지요.
마침내 78년 영화 <그리스>에서 디스코 열풍과 함께 세계적 스타로 떠오르는데, 이전과 달리 통통 튀지만 우아한 그녀의 목소리가 앙칼진 존 트라볼타의 목소리와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가끔 새파랗게 젊은 존 트라볼타가 엉덩이를 흔들면서 노래하는 장면을 보면 적응이 잘 안 되더군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Summer Nights이나 You're The One That I Want?같은 노래를 듣다보면 저절로 내 엉덩이도 씰룩거리게 됩니다.
이런 곡들을 어릴 때 정말 많이 들었었네요. 제가 특히 좋아했던 장면은 Suddenly가 등장하는 스튜디오 장면인데 오늘 다시 이 영상들을 보니 영화적으로도 5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21세기까지 오마주가 이어지는 장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너두>에는 그 유명한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가 출연하는데 그의 대표적인 Singing in the rain 장면을 연상시키는 우산 장면이 이 스튜디오 장면에서도 잠깐 등장합니다. 그리고 온갖 특수한 배경이 있는 스튜디오를 스케이틀 타며 춤을 추는 장면에 공중으로 뜨는 장면이 잠깐 있는데 수십 년이 지나 느닷없이 나타난 명작 뮤지컬 <라라랜드>에서는 그리피스 천문대 내부의 우주를 배경으로 되어 있는 공간에서 마치 <재너두>의 스튜디오 장면을 연상시키듯 춤과 노래를 하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 영화 이후 발표한 <Physical (1981)>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80년대 최고의 히트곡으로 기록됩니다. 당시 개그 프로그램에서 "웬일이니 밥이 타~"라고 소개되었던 기억도 나네요.
아마도 에어로빅의 열풍과 함께 히트했던 것 같기도 한데 뮤직비디오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이 장면의 짧은 단발의 사진이 아마도 제가 가지고 있었던 코팅 책받침에 들어있던 사진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