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외계인

by 재치

수박이는 아직 우주인 같다. 아직 서툴기만 한 한쌍의 인간을 여러모로 시험하러 온 작고 아꼬운 우주인.


수박이에게서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데 눈망울이 그중에 극치이다. 까맣고, 깊고, 지긋한 그 눈을 밤수유 때 물끄러미 보다 보면 난 어릴 적 여행을 꿈꿨던 '우주' 비슷한 것을 본다.


누군가 아이가 태어나고 무엇이 달라졌냐 묻는다면 나는 아직 대답할만한 것이 없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었지만 수박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나는 꽤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첫 연애조차 하기 전에도, 결혼 직전에도, 결혼 후에도, 임신했을 때에도,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도.. 내 삶의 주인공 자리를 뺏길까 그렇게나 이 시기에 대한 걱정이 많았었는데.


최고의 행복이라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지만,

웬만한 큰 일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남편이 육아 동지인 덕택인지, 오래오래 걱정했던 우울감과 막막함도 없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순리대로, 또 우리 가족 나름으로, 일상을 살아낼 수 있기를

아직은 우주인인 수박이를 부디 오래, 비밀스럽게 독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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