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로 지어진 집값은 지속될 수 있는가

부동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by 하루

대출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사회

아파트를 매매할 때 사람들은 대출을 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한다.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나면 모두들 부동산 이야기를 하는데, 보통 하는 말이 서울에선 최소 10~15억 하는 집 정도는 감안해야 하고, 대출은 최대한 받아야 하며, 이 때 대출 6억 정도는 우습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한때는 이자와 원리금만 감당하면 아무 무리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나, 이 6억은 정말 우습게 보면 안 되는 금액이다. 5% 이자를 적용하면 연 이자만 해도 3천만 원이고, 각종 세금을 감안하면 최소 연간 집값은 4천만 원 이상 올라야 본전인 투자다. 만일 집값이 오른 것이 아니라 하락했다고 할 경우, 고스란히 빚만 6억이 남게 된다. 혹자는 집값이 하락하면 원리금을 갚고 버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막상 그러한 시기가 되면 패닉에 빠져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급하게 팔려고 안달이 난다.


이 대출이라는 것은 높은 이자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결국 내수 시장에서의 소비력도 축소시키고 있다.

한국의 여유 자금은 부동산이라는 움직이지 않는 자산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성장력 있는 기업이나 산업으로 돈이 돌지 않는 병목 현상을 야기한다. 결국 산업의 성장이 멈추게 되는 매우 질이 나쁜 대출 구조다. 우리나라가 자산의 거품을 쌓고 있을 때, 미국은 로켓 재사용 기술을 개발했고 AI 산업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품으로 지어진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원래라면 집을 사지 않았을 중·하위 계층, 미국으로 치면 서브프라임 계층에 해당하는 이들로 하여금 대출을 통해 어떻게든 자산을 가지게 만든다. 이러한 소용돌이는 이미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고소득층은 주택 가격 하락을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중·하위층의 무리한 대출은 집값 하락 시 그야말로 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날 수밖에 없는 베팅을 하고 있다.


동조화된 부동산 신념

이러한 대출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동조화 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동조화 문화는 주변에서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겨울이면 유행하는 검은 롱패딩,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두쫀쿠 열풍 등, 서로가 서로를 따라 하기에 바쁘고 그 유행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은 무조건 대출을 많이 받아서 사는 것이 익숙해졌고, 이제 막 상승한 주식 시장에도 대출을 받아 투자한다. 그러나 대출은 엄연히 부채이며, 이러한 부채로 지어진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이 맞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현재의 중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등 앞선 선진국 혹은 인접 국가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품 문제는 이미 결과가 나와 있다. 한국만 다를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정부 개입과 중앙은행의 딜레마

한국 부동산은 정부의 개입으로 버텨왔으며, 이러한 정부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사람들을 부채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 몇 년 전 둔촌주공 문제를 두고 한국은행과 정부는 이전의 냉정한 태도에서 벗어나 금리 인하와 각종 대출 특혜를 제공하며 성공적인 분양을 도왔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문제가 도화선이 되어 한국의 버블 붕괴가 올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던 상황이었고, 이를 막기 위해 대출을 대폭 허용했다. 그러나 그 이후 버블은 오히려 더 커졌다. 사람들은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념을 다시 키웠다. 2026년 현재의 결과를 보면, 당시 정부와 한은의 조치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 수 있다.


한은의 실수

한은은 둔촌주공 문제를 다룰 당시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을 기대했던 것 같다. 이자율을 낮춰 부동산 버블이 폭락하기보다는 완만하게 조정되기를 예상했던 듯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 때문에 당시 인하했던 금리는 현재 환율 문제를 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미 금리 차는 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큰 흐름을 만들었고, 그 결과 한은은 환율 문제로 인해 자영업자와 여러 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외통수에 몰려 있다.


한은을 조금 더 이해해보자면,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은이 당시 윤석열 정부가 이 정도로 부동산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정부는 매파적인 부동산 정책을, 한은은 비둘기적인 금리 정책을 펼쳐 시장에 중립적인 시그널을 주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정부의 비둘기적 정책과 한은의 더 비둘기적인 정책만 남았다.


그래서 한은의 행보는 아쉬운 점이 많다. 중앙은행은 모두가 파티를 즐길 때 음악을 끌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한은의 ‘꼭 필요한 불편한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나치게 시장 친화적인 한은을 보며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했던 기계적 준칙에 따른 금리 정책이 다시금 떠오른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가계 대출을 잡지 못했고, 자영업과 대부분의 산업은 불황을 겪게 되었으며, 동시에 더 이상 금리 인하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오히려 가계 부채와 환율만 놓고 보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일 정도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사회에 미칠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본질가치와 현재 가치의 괴리

대부분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본질가치보다 지나치게 높다. 필자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00~250만 원 수준의 아파트 본질가치는 약 5.3~6.5억 원 정도다. 그러나 비슷한 조건의 매물 매매 호가는 대부분 15~20억 원에 형성돼 있다. 본질가치를 초과하는 가격은 결국 향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는 어불성설이다. 본질가치에 20%의 프리미엄을 얹더라도 적정 가격은 최대 8억 원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이 역시 향후 경제 성장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매우 넉넉하게 평가한 것이다. 15억, 20억 원을 정당화하려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야만 한다. 물론 더 비싸게 사 줄 사람이 계속 등장한다면 그 가격이 ‘정답’이 되겠지만, 필자는 그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매매는 매력적인가?

그래서 필자에게 현재의 부동산 가격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적정 가치 측면에서 매매가는 합리화할 수 없는 수치이며, 월세가 매매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느껴진다. 그렇기에 부동산 매매는 전혀 스마트한 상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나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버블 시기에도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전문가로 떠올랐고, 이들은 각종 매체에서 인기를 누렸다. 과연 한국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진정한 전문가일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물론 훌륭한 분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강의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 그들의 본질인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파티는 계속되지 않는다

생산적인 금융으로 흐르지 못하고 돈이 돈을 낳는 이 끝없는 소용돌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디로 끌고갈지 걱정된다, 이 난관을 정부나 한국 사회가 과연 잘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채로 만들어진 집값이 영원히 지속되기는 어렵다. 파티가 끝나기 전까지는 누가 벌거벗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한국 주식 시장의 최고가 경신, 한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그리고 끝없이 불어나는 부채와 부동산 가격은 일본 버블 직전의 모습을 어쩐지 계속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느리지만 단단한 재테크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