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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Mar 31. 2021

나를 찾는여정

-조각글

하루는 매일 같은 24시간이면서도 매일같이 달랐다. 어느 날은 턱없이 모자라기도, 어느 날은 1분 1초가 한 시간 같기도 했다. 시간이 금이라고들 표현하지만 그 금을 단 한 푼 낭비하지 않고 쓸어 담는 자는 보지 못하였다. 주위의 돌덩이와 별 다를 게 없는 금덩어리는 주변에 손 뻗으면 잡히다가도 어느새 돌아보면 그저 평범한 돌멩이일 뿐이다.


나의 세월도 그랬다. 허비한 시간과 함께 낭비한 감정들은 결국 돌덩이가 되었다. 10대 때는 당장의 감정을 앞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발을 뗀 짐승마냥, 물러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나는 감정을 터뜨리는 법도, 그것을 삭히는 법도 알지 못하는 철부지였다.


정도 없이 터져버린 감정은 곧장 상처로 다가왔다. 그게 스스로에게 올 때도, 주변 사람에게 갈 때도 있었다. 감정의 바람이 불어치고 지나간 상처는 쉽게 아무는 법이 없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은 옳지 않았다. 상처에 시간이 지나면 흉이 질 뿐이었다. 그 흉터가 더 오랜 세월을 지나면 그저 무뎌진 세월을 따라 흔적이 옅어지는 것뿐이다.


그러니 나는 시간과 감정이 어찌 보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은 옅어져 가고, 감정이 급박해서 한 순간에 터져버리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감정 또한 주워 담을 수없으니.


흔하게 널린 시간 속에서 나는 멀쩡한 금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지나온 과거였을지도, 바라는 미래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아주 어쩌면 찾고 다니는 것은 정작 나일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나로 살아왔으면서, 평생을 시간과 감정에 둘러 쌓인 채로 살았으면서도 나는 어느 것 하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면서 한 순간도 내게 잡히지 않았고, 감정은 한없이 커다랗다가도 어느새 돌아보면 푹 꺼진 풍선처럼 힘이 없었다. 나라는 존재가 그랬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음식도, 하려는 의지도 없는 채로 평생을 살아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좋아하던 것들을 잊어버린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흘러 사람이 커가면서 놓쳐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은 사는 동안 한 번쯤은 빛나는 금덩이가 되기도 한다. 다만 자신이 언제 가장 빛나고 있는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나의 찬란한 때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현재가 과거보다 더욱 무딘 돌덩이라는 것만 자각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돌아보면 기억도 안 날 어린 시절 그 한 자락이 내게 빛나는 때가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금덩이가 되지 못한 채로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겉에 있는 돌이 마모되어 금으로 바뀔 수도 있을 거라는 조금의 희망 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삶은 내게 너무나 무기력했다. 내가 나를 잊어버린 이유가 무기력에 눌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허송세월 시간을 낭비했고, 스스로를 감추기 위해 감정을 낭비했으며 그것들의 소모는 결국 상처가 될 뿐이다.


나라는 존재가 무엇을 위해 이 세월을 살았던 것인지 아직도 알 길이 없었다. 나를 쌓아온 시간과 감정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소모되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다만, 스스로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사는 것은 지겹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였는지. 그 모든 것들이 궁금해졌다.


나는 앞으로 나를 찾아갈 것이다. 수많은 돌멩이를 지나쳐왔으나 어느 것 하나 금으로 바꾸지 못했으니. 아니, 굳이 금이 아니어도 좋다. 그 끝이 모래 알갱이어도 좋았다. 어느 것에 실망하지 않고서 온전한 나의 본질을 찾아가길 바랐다.


지나온 세월을 발판 삼아 나는 전진할 것이다. 오랜 여정이 될 수도 있으나, 여정의 끝이 나의 존재라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분명 언젠가 맞닿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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