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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Sep 22. 2022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모를 겁니다. 지루하게 일상을 보내기만 했어요. 늘 지쳐있고, 의욕 없는 내게 당신은 늘 힘이 되었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유 없이 힘이 났어요. 그거 있잖아요. 아무 뜻 없는 거 하나가 삶을 바꿀 수도 있는 거. 내게 당신 목소리가 그런가 봅니다.


실은 여전히 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죽고 싶지도 않죠. 아마도 내 옆에 아직 당신이 있고, 그로 인해 행복해하는 내가 있어서 인가 봅니다.


한편으론 당신에게 너무 많이 의지 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고 훗날 헤어지게 되어도 후회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는데, 그건 결국 당신에게 짐이 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 내가 훗날 당신 앞에 제대로 마주하게 되면 꼭 말하고 싶던 게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했다고. 나로 인해 후회하는 삶을 살게 할까 그게 너무 미안했다고. 이기적 이게도 끈질기게 이어간 인연을 이제는 놓아줘도 괜찮다고 말입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욕심쟁이고, 늘 당신을 원합니다. 이런 마음을 한켠에 꼭꼭 숨겨놓고 당신 앞에 서죠.


지금 이 순간에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입벙긋 할 수 없을 만큼 머리가 과포화 상태가 되어서 아무런 말조차 튀어나오지 않죠. 평소에도 말수가 적고 말재주도 없는데 유독 당신 앞에서는 입벌린 벙어리가 됩니다. 평생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꼭꼭 숨겨놓은 말을 담아놓고 싶어요.


바보 같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게도 이유는 있었습니다. 이따금 당신이 말하는 삶의 이상을 듣고 있으면 늘 내가 없어야만 했어요. 같이 할 수없다는 생각만 가지고 살아서, 늘 과분한 당신이라고만 생각해서. 그런 이유로 입을 닫고 혼자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미련했어요. 이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당신을 눈에 새겨 넣고 귀에 맴돌게 해야 했어요. 그걸 조금 늦게 깨달았습니다.


깨닫기는 했으나 여전히 나는 당신 곁에 오래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없는 건 늘 있던 일이라 앞으로도 자신감이 생길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러니 훗날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정말 끝나버린 관계가 된다면 분명 후회하겠죠. 몇 번이나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겁쟁이는 평생 겁쟁이로 살아갈 겁니다. 적어도 나는 그래요.


후회를 하는 동안에 몇 번이나 그리울 거고 얼마나 많이 울지 모르겠습니다. 슬픔에 무뎌진 내가 당신을 만나고 감정이 늘어서 참 많이 울었으니. 내게 당신이 무뎌지는 날이 온다면 몇 리터의 눈물을 쏟아냈을까 궁금할 만큼 아플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울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억지로 참아내는 건 여전하니까요. 그래도 많이 아플 겁니다. 숨도 못 쉬게 아플 거예요. 몇 번의 인연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랑했던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니까요. 아픈 게 무서워 당신을 밀어냈던 날도 있었는데 참 바보 같습니다. 그럴수록 당신을 더 사랑하고 말았으니까.


이럴 거면 처음부터 가득 사랑할걸. 당신과 만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후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만약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나는 당신 앞에 서서 온갖 힘을 다해 웃어줄 겁니다. 환하게 웃고,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그렇게 보내주렵니다. 생각이 많은 겁쟁이는 벌써 이별을 생각하고 있네요.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반작용이 일어나나 봅니다. 이렇게 사고가 쉽게 무너지는 겁쟁이라 미안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어야 할 자리에 늘 미안하다는 단어만 적어 넣습니다. 입버릇처럼 달고 살아 후회는 늦은 듯합니다. 그러니 미안하다는 단어에 사랑을 담아보렵니다. 이런 겁쟁이를 사랑해줘서, 그런 내가 사랑을 알게 돼서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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