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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렌 May 11. 2022

바램

불가능한 기적


어릴때 활짝 핀 장미를 꺾다 꽃잎이 후두둑 떨어져 내린 적이있다.


아주 약간의 힘만 줬을 뿐인데 한장도 남기지 못한 채 쏟아진 꽃잎을 멍하니 바라봤다.



손에들린건 덩그러니 남은 꽃받침과 줄기따라 나있던 가시가 전부였다.


한순간의 이기심으로 만개한 꽃잎을 떨궈내고 손에들린 가시만이 나를 아프게 찔러왔던 그 날이 되풀이 되는 것같다.



나는 너와의 사랑이 그날의 장미같다고 느낀다.


환하게 피운 장미 한송이를 눈으로만 봐야했는데 자그마한 이기심으로, 한순간의 실수로 와르륵 떨어져버릴 꽃잎이 우리의 사랑이다.



어쩌면 꽃이 활짝 피었다는게 사랑이 커질대로 커져 저물일만 남았다는 걸지도 모른다.


저무는 사랑을 조금씩, 아주 천천히 지켜보면 좋았을텐데.


커다랗고 아주 예쁘게 피어오른 감정을 손대지 말았어야했는데.


결국 이렇게 가시만 남을 사랑이라면 애초에 피우지 말았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알고있다.


처음부터 가지고있던 가시를 잊을만큼 커다란 장미한송이를 피울 수있다는 걸.


결국 저문 꽃잎이 무색하게 다음에 또다시 꽃잎이 움틀거란 사실을 말이다.


다음에 트일 사랑도, 쏟아진 꽃잎이 아름다웠던 만큼 커다랬던 사랑도 모두 너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한순간에 떨어뜨린 꽃잎이 전과같지는 않아도 또다시 피어나고 환하게 사랑했다 저물기를 바랐다.


그렇게 매년 반복되는 꽃이 한장한장 추억이 되어 결국 꽃나무 자체가 우리면 좋겠다.


가지치기를 하는 것처럼 예쁜 바램과 달리 무색하게 잘려나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다음 해에도 너와 사랑하고 너와함께 저물고싶었다.


그 작은 이기심에 남은게 결국 장미가시일 뿐이지만 부디, 그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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