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2월 03일 03:04 - 31화 -

by 임주형

가게를 평소보다 일찍 닫고 고향 친구 외조모상에 조문을 다녀왔다. 무엇보다 친구 부모님이 많이 늙으셨다는 것을 느꼈다. 인간은 언젠가 고인이 된다. 흘러가던 시공간이 멈추는 거다. 다녀오기 전에 어머니가 “우리는 잠깐 쉬었다 가는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아 있을 때는 무엇을 하더라도 힘들고 괴로운 감정보다 일 할 때도 나아가 극한의 순간일 때도 쉬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친구의 할머니는 어떤 유언을 남기셨을까? 여자로 살기에 가장 힘들었을 세대였을 텐데 쉬로 온 이곳에서 고생만 하다가 가셨을 거다. 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도 그러셨으니 말이다. 나는 유서라고 해서 유언만을 받아 적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공간인 거다. 어떤 날은 배달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싶은 날이 있다. 그리고 억지로 꾸역꾸역 눌러쓰는 날도 있다. 그냥 사람다운 글을 쓰고 싶다. 사실 그래서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마라고 말해 놓고서는 종일 연락을 기다렸다. 혹여나 술에 취해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을지 와달라고 떼쓰지는 않을지 등 벌어지지 않을 일을 기다렸던 거다. 얼마 전 그녀가 연락 왔을 때 두 번째 저서를 구입해서 읽고 있다고 했었는데 종지부쯤에는 온통 그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데 나머지 내용을 읽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책 속에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을 걸 조금 후회가 된다. 어차피 이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앞으로 며칠간은 괴로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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