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2월 07일 00:52 - 34화 -

by 임주형

어제 맥주를 못 마셨기 때문에 오늘 가게에서 맥주 한 병을 가지고 집으로 왔다. 오늘 오토바이 사고를 3건이나 목격했다. 첫 번째는 피자집 배달원, 두 번째는 치킨집 배달원, 세 번째는 배달 대행 기사다. 피자집과 치킨집은 하필이면 우리 국밥을 자주 시켜먹는 단골이기도 하다. 날씨가 조금 풀려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 같다. 두 번째 치킨집 배달원은 헬멧을 쓰지 않았는데 자동차와 부딪히고 머리부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아는 사이는 아니라도 안면이 있는 젊은 친구였는데 엎드린 채로 기절해 부르르 부르르 쉬지 않고 떨고 있었다. 정말 의아했던 것은 그 친구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거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만 하더라도 얼핏 스무 명 정도였다. 그중에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바로 달려갔다. 오토바이를 옆에 세워두고 부딪혔던 차량 조수석에 있던 아주머니 보고 한 마디 했다. “아주머니 누가 잘했든 못했든 팔짱 풀고 스마트폰 불빛으로 차량 통제부터 해주세요.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면 안 됩니까? 사람이 기절했잖소.” 자그마치 5차선인지 6차선인지 매우 큰 도로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할 수가 있었다. 아스팔트에 코를 박고 매우 빠른 속도로 부르르 떨고 있는 그 친구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119에 신고를 접수하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도록 돌려서 눕히고 기도를 확보했다. 입고 있던 점퍼와 내피 지퍼를 배꼽까지 내리고 아무 생각 말고 숨 쉬는 것만 생각해라고 반복 말했다. 그리고는 배달통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사고 사실을 알렸다. 동공은 초점을 잃었지만 심장부에 손을 대고 심장 박동을 체크했다. 기절을 했음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뛰고 있음을 느꼈다. 기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심장을 반복적으로 쓸어내렸다. 저 친구를 모르지만 기도했다. 그렇게 1분 여가 지나자 부르르 떨림이 멈췄지만 심장 박동은 그대로였다.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심장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한 2분 여가 지나자 의식이 돌아왔는데 일어나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 말했다. 사고의 순간을 본인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목뼈가 부러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5분 안에 엠블런스가 왔고 나는 밀린 배달 때문에 자리를 떠났다. 그다음 배달이 또 문제였다. 주문받은 주소로 갔더니 배달시킨 적 없다고 공동현관을 열어 주지 않아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 주소 아닌데요. 주소 불러줄 테니까 여기로 와주셔야 하는데” 주소를 잘못 입력해 놓고도 너무 당당한 게 아닌가? 어학원 셔틀 도우미 갑질 사건의 발단도 잘못된 주소에서 시작된 거다. 개인의 인성 때문에 어학원만 피해를 봤다. 아무튼 요즘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21시 이후에 모임 할 곳이 없으니 본인 집이든 지인 집이든 집에서 모임을 가지게 되고 손님으로 놀러 가서 배달 주문을 하게 됐을 때 지인 집주소를 입력하게 되고 배달 앱에 설정된 주소를 다시 바꾸지 않는 이상 지인의 집으로 저장이 되기 때문에 정작 본인 집에서 배달 주문을 할 때 자동으로 지인 집의 주소가 입력되는 거다. 해결 방안이 있다. 주문 후에 즉시 본인 집 주소로 설정해두는 거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배달 앱 개발팀에서 이 글을 보는 거다. 배달 앱 개발자가 이 글을 본다면 당신은 땡잡은 거다. 주문 맨 마지막 단계에 팝업창을 띄워 ‘잠깐! 000 주소가 맞나요? 확인을 누르시면 주문이 완료됩니다.'라는 문구로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음식을 고르는 중에 이 주소가 맞는지 묻는 것은 큰 효력이 없다. 주로 음식점은 배달 대행업체를 쓰고 있기 때문에 거리마다 다른 배달 팁 추가 비용 문제를 줄일 수가 있고 결정적으로 배달원의 피해를 줄일 수가 있는 게 크다. 오류가 난 집을 경유해서 다음 집으로 배달을 갈 음식이 배달통에서 식어갈 수 있고 시간에 쫓겨 난폭 운전을 해야 되고 건당 돈을 벌어 가므로 돈 또한 벌지 못한다. 경험담으로 말하자면 배달 대행 기사로 일을 하고 있는 중에 이러한 일이 생기면 하루가 통째로 엉망이 되고 괴로움과 억울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손님은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 생각하지만 상대방 견해적 시각에서 생각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 부분은 무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오늘은 오토바이 사고 3건을 봐서 그런지 내가 후유증이 남은 듯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 배달통에 음식을 실지도 않고 배달을 가기도 했다. 저서 집필 기간에 딱 한 번 해본 실수를 오늘 두 번째로 한 거다. 또 퇴근하려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기어가 파킹에 위치해 있었음에도 차가 앞뒤로 울렁거리는 것처럼 느낄 정도였다. 요즘 배달 앱에 배달 빠른 순으로 음식점을 검색하는 기능이 생겼다. 이렇게 되면 배달 일을 해보지 못한 음식점 사장님들은 그 고충을 당연히 모르고 배달 대행 기사에게 갑질과 압박을 줄 거고 음식점을 다른 배달 대행업체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배달 기사는 더 위험해져야 한다. 나는 빠른 배달을 원하는 손님의 주문은 즉각 취소한다. 그런 인간한테는 장사가 망할지언정 음식 안 판다. 끝으로 맥주 한 병은 역시나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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