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1월 03일 01:15 - 3화 -

by 임주형

2020년은 정말 빨리 흘러갔다. 나이를 먹을수록 과속이 붙는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결정적으로는 직업의 차이다. 공장에서 일할 때는 언제 마치냐며 시계를 종종 바라보고는 했었는데 배달 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손님과의 약속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정말 사명을 다한다. 배달 앱에 주문이 들어오면 많이 늦더라도 60분 이상으로는 띄워 보내지 않는다. 한 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 때문이다. 배달이 많이 몰리는 비가 오는 날이나 주말, 매일 중 점심시간 저녁시간 같은 경우에는 한 시간도 간당간당할 때가 더러 있다. 울산 남구 끝자락에 한 건, 중구 끝자락에 한 건, 가게 근처에 한 건, 다시 남구 끝자락에 한 건 이렇게 섞여서 5건에서 10건까지 밀려 버리면 신의 경지에 올라 순간이동을 해야만 한다. 나는 다시 가게에 들러 음식을 실어 가야 하지만 배달 대행은 도착지 근처 상점의 음식을 픽업해가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부담감은 덜한 편이다. 남구나 중구 끝자락 정도면 왕복 15km 정도가 되는데 4번 왕복한다고 계산하게 되면 울산에서 부산까지의 편도 거리가 된다. 왕복이 120km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하루 배달 거리를 합쳐보면 200km ~ 400km 되는데 평균적으로 하루에 부산 울산을 세 번 왕복하는 셈이 된다. 가게 근처만 배달하거나 배달 대행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와중에 배달 대행업체에 소속된 가게의 오래된 콜을 같이 빼기 위해 애쓴다. 소속감 때문인 것도 있지만 가게 사장의 애타는 마음을 같이 겸비하고 있음이 크다. 음식을 늦게 가져다주게 됐을 때는 우리 가게든 다른 가게 음식이든 상관없이 손님께 빌빌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전한다. 그 방법뿐이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갑자기 너무 많이 밀려 버렸네요. 진짜 속상하시겠지만 상점에 리뷰는 별 5개 부탁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은 음식이 늦게 도착할수록 배달원의 목숨은 더 위태로워지고 1초의 싸움을 벌이며 사경을 헤맨다. 음식이라는 것은 내가 먹고 싶을 때 다른 사람도 먹고 싶을 확률이 높고 메뉴도 마찬가지로 겹친다. 배달원의 인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주문량이 늘어나게 되면 늦어지고 식을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손님은 아마도 요식업에 종사했었거나 하고 있거나, 배달원으로 종사했었거나 하고 있는 사람일 거다. 아니라면 종사하는 주변인이 있을 거다.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라'라는 말은 사실 불가능한 말이다. 그 입장이 되어서 일 년은 살아봐야 입장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아무튼 고글이 왔다. 정말 잘 샀다는 생각뿐이다. 눈에서 눈물이 멈췄다. 강한 바람은 눈물을 유발하는데 이제는 영하의 얼음 바람을 막을 수 있다. 진작 샀어야 했다. 그나저나 아직도 즉석카메라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무언가 이 유서에는 디지털 사진보다는 필름 사진을 첨부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오늘이 토요일이니 다음 주 중에는 주문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굳혀야겠다. 예쁜 풍경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의식하며 일했더니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루에 한 장 정도는 부담되지 않는다고 본다. 한 달에 필름 값 3만 원이면 그리 아까운 것이 아닐 것 같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매장 손님이 거의 없는 수준이 되었지만 오히려 즉석카메라가 버팀목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저서가 많이 안 팔리는 모양이다. 어떤 저자든 중쇄를 하고 싶을 거다. 중쇄를 해야 저자 인세가 나온다. 지금 이 겨울에 보일러도 없이 찬물과의 사투를 벌이거나 전기장판이 고장 나서 방안에서도 떨고 있을 아이들이 분명 있을 텐데 내 버킷리스트는 책을 팔아서 돕는 거다. 책을 판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 인구로 따졌을 때 책을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안에서도 분야가 나뉜다.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를 해보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 유서가 만약 책이 된다면 인기도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김칫국을 마실 뿐이다. 그때까지는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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