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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Apr 30. 2021

배달원의 유서 - 50화 -

2021년 04월 29일 11:45

  4월이 가고 5월 가정의 달이 거의 다가왔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인 변이 바이러스가 생성되고 있고 매일이 전쟁의 서막이다. 요즘 느끼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신체를 병들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에서 나아가 전염되지 않아도 모든 인류가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다는 거다. 서서히, 예민함과 갑질에 중독되거나 긍정적인 사람도 부정적인 사고방식에 마음이 녹아들었다. 얼마 전에 sns에 글귀를 아주 오랜만에 업로드했었는데 45도 삐딱한 독자 한 분이 죽자고 댓글을 달았다. 45도 정도는 내가 맞추어 줄 수 있지만 180도 정도로 꺾여 버려서 내가 맞추어 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보였다. ‘아, 대화를 끊어야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정중하게 대화를 끊어버렸다. 상대방에 마음을 움직여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도 사실상 ‘정도’가 있다. 나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내 마음이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얼마 전에는 국밥 두 그릇을 주문하고 요청 사항으로 한 그릇을 따로 가득 더 많이 담아 달라는 주문 건이 있었다. 5층 연립 주택이었는데 벨이 없었고 노크를 한 차례 똑똑하고는 문 밖에서 기다렸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문 앞에 두고 문자를 남기고 돌아섰다. 5분 정도 흐르고 나서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음식을 수령했는지 물었다. 예상했던 대로 갑질 악성 리뷰어의 전형적인 목소리 톤과 말투였다. “손님 노크를 해도 한참 동안 나오지 않으셔서 문 앞에 두고 문자를 남겼어요. 혹시나 수령하지 못하셨나 해서 확인 전화드립니다.”라고 말했는데 손님의 대답이 “한 번 밖에 노크 안 하셨잖아요.”였다. 내 노크 소리를 정확하게 듣고도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요청 사항만 봐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있어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두 그릇을 주문해놓고서 한 그릇을 따로 더 많이 담아달라고 했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자신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성향의 소유자다. 그 손님의 목소리가 왜 악에 받혔냐면 더 달라고 했던 억지의 한 그릇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빌빌거려 주기를 바랐겠지만 “노크 한 번 밖에 안 했잖아요.”라는 말을 듣고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손님이 “네?”라며 당황하기는 했지만 다음 방법이 이미 있었다. 그 주문 건을 취소해 버린 거다. 100%는 아니지만 50% 이상 악성 리뷰를 작성하고 있었을 거라 짐작했고 나아가 이러한 성향의 소유자는 악성 리뷰를 절대적으로 수정해주거나 삭제해주지 않는다. 수차례 시달려본 장사 지혜라고 볼 수 있겠다. 돈 안 받고 악성 리뷰 안 받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찌 되었든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찾아보지 않아서 발견하지 못하고 절망에 발목이 잡힌 거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돼지 열병으로 인하여 그 이후로의 시간들은 정말 담아내도 모자랄 판에 내려놓으며 긁어내듯 비워내는 것에 연속이었다. 내가 포기하지 않은 까닭이 있다면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어서 느낄 수도 없는 ‘희망’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희망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이 태생부터 죽음까지 함께 하는 자기 자신이다. 무수한 상황에서 비록 포기하되 자신을 잃지 말라는 말이다.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보고 그 길이 아니면 또 다른 길로 가면 된다. 아무런 길도 아니라면 멈추면 된다. 따라서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 방법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 방법을 모른다면 언제나 힘들고 괴롭고 우울하고 불행할 거다. 지금도 모든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음식 재료값만 해도 두 배 가량 올랐는데 주방장이신 어머니 급여는 단 한 차례도 밀린 적이 없다. 옛말에 자영업을 할 거면 직장인 두 배 정도 되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정의를 내리지만 말 그대로 옛말이다. 이러한 국가제도라면 네일숍, 미용실 등 기술적인 자영업을 제외하고는 식당, 술집 등처럼 재료를 구매하여 상품을 만들어 파는 자영업이란 적어도 매우 힘든 일에 가깝다. 대책이 필요 한데 선뜻 나설 수 없는 게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나랏돈 최후의 대책이며 전선이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나보니 살만한 나라였던 젊은 세대들이 편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어려운 것을 찾아 강인한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자리만 찾아오더라도 나라 경제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질 거다. 나이 서른 다 되어서 어머니께 용돈 달라고 하게 생겼지만 어떤 방법을 찾아도 내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욕심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배고플 때 식사를 할 수 있고 계절의 피는 꽃과 초록빛 나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요즘 글이 좀 들쑥날쑥해도 이해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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